구글ㆍ페이스북ㆍMS 등 연례행사 무산… WWDC는 온라인 중계로 대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로 급속히 퍼지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매해 상반기 개최하던 개발자회의들을 속속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던 이벤트들이 줄이어 취소되면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기술을 선보이려던 기업들의 영업 계획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지역에서 열 계획이었던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0’을 연기한다고 16일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신 기술 현황과 각종 솔루션을 소개하고자 201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콘퍼런스다. 매해 5월 미국을 시작해 중국, 한국, 일본, 유럽 순으로 열리고 있는데, 이처럼 무기한 연기 결정이 난 것은 처음이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의 기치를 걸고 이 행사를 고객사 확보와 협력사 파트너십 강화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구글 역시 매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본사에서 개최하던 연례 개발자회의 ‘I/O’를 취소하기로 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매년 직접 기조연설에 나서 그 해의 신기술과 지향점을 발표할 만큼 공을 들이는 행사지만, 5월까지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도 같은 달 개최하려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F8’을 열지 않기로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중 최대 행사 ‘빌드 2020’도 워싱턴주의 권고 사항에 따라 취소됐다. 주요 사항은 ‘디지털 이벤트’를 통해 전해질 예정이다.
일부 기업은 행사를 온라인으로 돌렸다. 애플이 매해 6월 신형 아이폰이나 맥북, 애플워치 등 신제품을 공개하던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는 올해 온라인 기조연설과 세션 등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신제품 공개 순간을 함께 경험하고 신기술을 직접 체험해보던 수천 명에 달하는 ‘애플 팬’들과 전문가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도 이달 말 개최할 예정이었던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를 온라인 중계로 돌렸고, 내달 개최 예정이었던 구글 클라우드 행사 ‘클라우드 넥스트’도 기조연설과 소규모 세션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기업 차원을 넘어선 대규모 IT 행사도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0’의 경우 주최 측이 행사를 강행하려다 LG전자와 소니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행사 참여 철회를 선언하자 행사 2주를 남겨둔 상황에서 취소가 결정됐다. 게임업계에서도 오는 16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게임개발자회의(GDC)’는 물론이고 6월에 개최되는 ‘E3’ 등 주요 게임 행사가 일찌감치 취소됐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향후 8주간 5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취소 혹은 연기해달라고 권고하면서 취소되는 행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전화통화 인공지능(AI) 듀플렉스(duplex)나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 페이스북의 가상현실(VR) 기기 등 매년 획기적인 신기술을 선보여오던 개발자 회의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개발자는 “지난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들이 신기술보다 보안이나 개인정보에 좀 더 방점을 두며 올해 선보일 신기술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상반기 내내 이렇다 할 기술 공개가 없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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