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에 임시 금통위... 기준금리 0.5%P↓ 0.75%로
전날 美 ‘제로 금리’ 강수에도 뉴욕ㆍ유럽 증시 폭락 출발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맞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까지 전격 인하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까지 파격적으로 내린 데 따른 연쇄 대응 조치다.
한은은 이날 오후 4시반 이주열 총재 주재로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0%대로 진입한 건 사상 처음이자,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연 것은 2001년 9ㆍ11 테러,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성장과 물가 파급 영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외 금융ㆍ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또 금리인하 외에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현재 연 0.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하는 유동성 공급 추가 조치를 내놨다. 또 향후 금융기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 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했다.
이날 한은의 임시 금통위 결과는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된 바다. 정부와 정치권도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한은의 적극 역할을 강조했다.
더구나 미국 연준이 공개시장운영위원회(FOMC) 정례회의보다 이틀 앞선 15일 저녁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0%포인트 떨어뜨리는 ‘빅컷’을 전격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가치 하락을 유발해 발생할 수 있는 해외자금 유출 우려도 비교적 줄어들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코로나19 영향에서 경제가 벗어났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빅컷’이 발표되자 뉴질랜드은행은 기준금리를 1%에서 0.25%까지 낮추고 이를 최소 내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도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연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2배 늘린다고 발표했다.
다만 금리인하 정책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이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금융시장에는 상당부분 반영된데다 실물 경제활동의 위축은 결국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여야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앞당겨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한국의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권 증시는 이날 크게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날 유럽 시장도 폭락 출발했다. 런던 FTSE100와 독일 DAX, 프랑스 CAC40은 장 초반 최대 10%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시장은 개장부터 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8.14%ㆍ9.71%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의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해결을 위한 정책 단계’라는 문건을 발표, “국제적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1조달러(약 1,228조원)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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