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위협할 것으로 여겨졌던 프리미어 골프 리그(PGL)가 정상급 선수들의 잇단 불참 선언으로 김이 샌 모습이다. 앞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맥길로이(31ㆍ북아일랜드)가 PGL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2,3위인 욘 람(26ㆍ스페인)과 브룩스 켑카(30ㆍ미국)도 PGA 투어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람은 16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내가 할 일은 PGA 투어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PGA 투어 멤버로 남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메이저 사냥꾼’ 켑카도 AP통신을 통해 “나는 PGA 투어로 향할 것”이라며 “48명의 선수만이 골프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PGL은 미국의 월드골프그룹(WGG)란 단체가 2022년 1월 출범을 선언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막대한 투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PGL은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투자하려는 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연간 18개 대회가 예정된 PGL 총상금은 2억4,000만달러(약2,800억원)으로 PGA투어보다 낮지만 48명의 선수만 참가해 컷 오프가 없어 선수 개인에겐 PGA 투어보다 훨씬 큰 돈이 돌아갈 거란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톱 랭커들의 반응이 냉랭한 데는 ‘오일 머니’ 유입에 따른 거부감 탓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아가선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에 따른 거부감이다. 미국 골프채널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최근 골프닷컴을 통해 “(PGL로 흘러 들어 온)돈의 출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맥길로이의 불참 이유를 전했다. 맥길로이는 지난달 20일 멕시코 챔피언십을 앞두고 현지 인터뷰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PGL은 아닌 것 같다”며 “나는 PGL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PGL 창설 동력이 떨어진 모습이지만, 타이거 우즈(45ㆍ미국)와 필 미켈슨(50ㆍ미국)의 행보에 따라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 PGL로부터 참가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즈와 미켈슨은 아직 참가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PGA투어가 소속 선수들의 PGL 병행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고심이 필요한 선택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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