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끊기나” 조마조마… 이젠 “주문 끊길라” 안절부절
우리나라 내륙 최대 수출기지의 하나인 경북 구미가 대기업의 생산거점 재편에 이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엄습으로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에서 신종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땐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을까 밤잠을 설쳤다. 수시로 발생하는 확진자 Eopans에 툭하면 공장 스위치를 내려야했다. 이젠 전세계적인 유행으로 주문감소라는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경북 구미시 인동동 상가 밀집지역. 인근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있어 구미의 신흥 쇼핑ㆍ유흥 중심지로 부상한 곳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낮 이곳은 구미의 신흥 부도심이라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길거리엔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상당수 식당과 옷 가게 등은 문을 닫았다. 그나마 열린 식당에는 주인만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점심도 그렇지만 기업체 회식이 전면 중단되면서 돈 되는 저녁장사를 완전 망쳤다”며 “2주 넘게 닫았던 문을 열었는데 개점휴업상태”라고 탄식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신종코로나 더 무서운 게 일감 부족이다. 이날 오전 구미시 원평동 한 인력사무소에는 “오늘도 공쳤어. 공쳤구만”하는 탄식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새벽부터 나와 기다리던 이들은 한숨을 쉬며 사무소를 나섰다.
이날 새벽 인동동 다른 인력사무소를 찾은 노모(39)씨는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건설경기도 다 죽었고 일감도 줄더니 이젠 그 마저도 없다”며 “신종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배고픈 게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5일째 공쳤다는 그는 “어쩌다 일자리가 나도 1주일을 못 넘긴다”며 “집에 11개월 아들이 있는데 우유 살 돈도 없다”고 울먹였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대기업 엑소더스가 심화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잇따라 확진자가 나오자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하더니 최신 스마트폰 일부 물량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 거점 다변화로 국내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로, 국내 상황이 안정되면 해외 이전 물량을 되돌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그 동안 LG, 삼성 등이 지속적으로 생산거점을 재조정해왔던 점을 들어 이 참에 아예 생산기지를 옮겨가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 구미에서 생산물량을 줄이면 협력업체는 몇몇을 제외하곤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차질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대중의존도가 높은 구미지역 중소기업들의 고통도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구미시 등에 따르면 구미지역 업체의 수출액 중 중국비중은 35%, 수입도 15%나 된다. 중국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동안 원부자재 확보에 애를 태우다 이젠 매출 감소로 인한 생산물량 축소를 걱정할 판이다.
금형업을 한다는 홍모(56)씨는 “주변에서 확진자가 다녀갔다거나 공장이 폐쇄됐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여야가 정쟁을 중단하고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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