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몇 천원의 밥값을 아끼고 아껴 모은 돈과 틀린 글자 수두룩한 손글씨 메모 하나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6일 서울 은평구에 따르면 지난 12일 불광2동주민센터에 한 노인이 찾아왔다. 그는 “끼니를 줄여가며 하루 2,000~3,000원씩 모은 돈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에 써달라”며 봉투 하나를 놓고 갔다. 구청 직원이 받아 든 봉투를 확인하자 그 안에는 지폐와 동전 74만3,000원이 들어 있었고, 겉에는 작은 포스트잇 메모가 한장 붙었다.
“무지도(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코로나19(에) 써주세요. 잇는(있는) 사람은 별거 않이겟(아니겠)지만 우리 어려운 사람은 큰 돈이오니 어려고(어렵고) 힘든 의사 교수님과 선생님과 불쌍한 어르신에게 써 주시기 바랍니다.” 맞춤법 틀린 곳 수두룩했지만 정성은 고스란히 녹아있는 메모였다.
이동용 불광2동장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방문한 데다 어르신이 극구 밝히기를 꺼렸다”며 “기부자의 뜻대로 코로나19로 어려운 관내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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