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확산세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명의 전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을 인터뷰해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란 케이크는 90% 이상 익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도 “중국ㆍ유럽ㆍ미국의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경기) 둔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7년간 IMF에서 일했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올해 상반기 네거티브(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성장률은 코로나19의 정점 도달 시기에 달렸다”면서 사견을 전제로 “하반기 성장률도 네거티브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도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 충격 여파는 당국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억제 성공 여부에 달렸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의 단호하고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일반적인 수준(3.5~4%)보다 낮은 2.5% 이하로 떨어질 때 이를 ‘글로벌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이와 관련, FT는 “모든 IMF 관계자들이 이러한 정의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IMF의 정의와는 별개로 전문가들 모두 현 상황을 글로벌 불황의 조건이 충족됐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국제금융협회(IIF) 등 글로벌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1%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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