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인 기준금리 인하는 보류
美연준 전격 금리인하 발표와 보조
아베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평가
일본은행은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악화와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12조엔으로 확대하는 등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현재 마이너스 0.1%인 기준금리(단기)의 인하는 보류했다. 추가 금융완화는 2016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5일(현지시간)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에 보조를 맞춘 모양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연간 6조엔인 ETF 매입금액을 12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금액도 현재 연간 900억엔에서 1,800억엔으로 두 배 확대했다. 주가지수 급등락을 저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에 대한 자금조달도 지원한다. 대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도 현재 각각 2조2,000억엔과 3조2,000억엔에서 1조엔씩 늘려 총 2조엔의 매입을 확대한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중소기업을 위해 약 8조엔의 민간기업의 채무를 담보로 최장 1년간 0% 금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오는 9월말까지 한시적인 조치들이다.
다만 금융완화 정책의 틀은 유지하면서 현재 마이너스(-0.1%)인 기준금리(단기)와 0%인 장기금리는 동결했다. 앞서 미 연방준비이사회(Fed) 등 해외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지방은행 등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기업 대출에 신중해야 하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당초 18~19일 예정됐던 회의를 앞당겼다. 연준이 기준금리의 1%포인트 인하를 단행하는 등 각국의 중앙은행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일본은행이 회의를 앞당겨 개최한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이후 9년 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은행의 발표에 대해 “일본을 포함해 세계 시장이 동요하는 가운데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건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지금 필요한 건 기업의 자금조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코로나19의 영향을 주시하면서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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