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에서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장치(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소방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설범식)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 유족 11명이 경기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들은 2015년 1월 아파트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민 4명이 숨진 것을 두고 “도어클로저를 설치하지 않고 이를 사전에 점검하지 않은 시공사와 감리업체 그리고 경기도의 책임이 크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세 곳 모두 책임이 있다며 공동으로 17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시공사, 감리업체와 달리 경기도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경기도는 “소방 특별조사 세부 항목에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방화문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직무상 의무위반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주민들이 소방서에 신고하거나 즉시 대피하지 않은 사실을 손해액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소방시설의 철저한 유지ㆍ관리를 위해 시행되는 소방특별조사 대상에서 법령상 ‘소방시설 등’에 포함되는 방화문 관련 점검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항목이 개괄적ㆍ포괄적으로 기재돼 있는데도, 화재 시 연기와 화염의 확산을 막는데 필수적인 방화문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에 관한 점검이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피해자들이 즉시 대피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화재경보기 작동 1분 후 1층 계단실 입구에 화염, 연기 및 유독가스가 이미 가득 차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과실을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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