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영화, 코로나 반사이익 ‘온다’ 등 개봉 안 미뤄
공포를 이겨내려면 공포물이 제격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 속에서 공포물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 공포영화 ‘인비저블맨’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에서 흥행 순위 1위를 지키고 있고, 안방에서는 tvN 오컬트 드라마 ‘방법’이 최근 시청률 6.1%(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선 좀비 사극 ‘킹덤2’가 지난 13일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인비저블맨’은 15일까지 19일 연속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신작들이 줄줄이 개봉 연기를 하며 반사이익을 누린 면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를 다루며 현실과 조응한 면이 흥행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인비저블맨’은 투명인간이 된 옛 남자친구와 사투를 벌이는 여성을 스크린 중심에 둔다. ‘인비저블맨’의 누적 관객수는 42만330명으로 공포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흥행 성과다.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도 공포영화가 인기몰이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의 깜짝 흥행이다. ‘컨테이젼’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박쥐와 돼지를 숙주로 삼아 홍콩에서 처음 발생하고, 문고리나 대중교통 손잡이 등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1월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VOD 박스오피스에 15위로 처음 이름을 올리더니 1월 27일 이후 지난 8일까지 이용건수가 23만138건을 기록했다. 9년 전 개봉 당시 극장 관객수(22만8,899명)를 뛰어넘었다.
VOD 박스오피스는 IPTV 3개사(Btvㆍ올레TVㆍ유플러스TV)와 디지털 케이블TV 1개사 수치만 집계하기에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와 인터넷 VOD까지 감안하면 ‘컨테이젼’의 이용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 ‘클로젯’도 VOD가 출시되자마자 VOD 주간 박스오피스 2위(이용건수 5만2,403건)에 올랐다. ‘클로젯’은 옷장 속에 원귀가 산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룬다. 공포물 흥행에 대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와 사회적 공포 간에, 일종의 화학적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공포영화 강세는 이어진다. 수녀원에 들어간 미혼모 이야기를 다룬 ‘세인트 아가타’(19일 개봉), 오컬트 성향의 일본 공포물 ‘온다’, 끔찍한 상황을 불러오는 책을 다룬 스페인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이상 25일 개봉)이 찾아온다.
공포영화는 대개 저예산인데다 마니아를 주 관객층으로 삼는다. 그래서 상업영화 비수기인 2~4월에 집중 개봉하는데, 영화사 입장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연기한다 해도 4월이 지나면 상영관 잡기가 어려워진다. 그럴 바에야 열성 팬을 믿고 개봉하는 게 낫다. ‘온다’ 홍보를 맡고 있는 김지운 국외자들 대표는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팬들과 오컬트 애호가 등 확실한 관객층이 있으리라는 기대에 예정대로 개봉한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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