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대학들 온라인 강의 시작코로나19 사태로 개걍을 2주 늦춘 대학들이 16일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 외국인 기숙사에서 마리안느 불어교육 교수가 WebEx로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20/03/16/202003161315765223_4.jpg)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개강을 2주 늦춘 대학들이 16일 일제히 온라인 강의로 봄 학기를 시작했다. 사상 첫 ‘온라인 개강’ 을 맞았지만 서버가 다운되고 강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등 혼란이 속출했다. 온라인 강의 방식이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데다 대학 측의 미숙한 운영까지 겹치면서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고려대ㆍ국민대ㆍ서울대ㆍ중앙대ㆍ서울시립대ㆍ한국외대ㆍ전북대 등 주요 대학은 이날 온라인 수강 접수를 받는 과정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위해 학교 서버에 동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된 것이다. 수강 페이지에 접근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렸고, 학교 측이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을 늘리는 등 서버 복구 작업을 벌인 끝에 오후부터는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중앙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문모씨는 “오전부터 서버는 다운되고 교수들은 온라인 강의에 대한 공지도 없어 우왕좌왕했다”고 답답해했다.
서버 다운 이외의 자잘한 기술적 문제들도 속출했다.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한 한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말소리가 수업 중 그대로 흘러나와 교수가 '마이크 전원을 꺼달라'고 공지를 올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강의를 한 경우 수강생이 아닌 일부 네티즌들이 접속해 수업을 방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영상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영상이 자주 끊어지는 등 오류도 발생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지난해 온라인 강의 수업을 그대로 재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이캠퍼스’란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성균관대의 경우, 지난해 올려둔 녹화 영상을 그대로 재생하다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자연과학계열 재학생 박모씨는 “교수님이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다시 보니 작년 수업을 그대로 재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사이버대학에 입학한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경우에도 학생들은 “아무래도 집중이 안 된다” “모르는 것을 바로 질문할 수가 없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예체능 등 실습이 주를 이루는 학과에선 온라인 강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서울지역 대학의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 실습 등을 집중 시행한다고 하지만 언제 강의가 정상적으로 재개될지 불투명하다”고 답답해했다.
교수들 또한 온라인 강의가 처음이다 보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평생 강단에서만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온라인 강의를 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이 익숙지 않아 교재 위주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강의 환경에 대한 대학 측의 준비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213개 일반대학(분교 포함)의 지난해 온라인 강의 비중은 0.92%에 그쳤다. 한상근 카이스트 교수는 “전 과목을 온라인으로 강의해야 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전산 서버를 갖춘 대학이 거의 없다”면서 “불안정한 서버 등 기술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에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등 행동에 나설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9일부터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성균관대의 경우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의 불만사항을 종합해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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