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기준금리 1%p↓… 7000억弗 양적완화도 시행
“올해 2분기에는 경제가 크게 약화할 것이고, 3분기 이후는 아예 불확실하다. 여파가 얼마나 클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리는 긴급 결정을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전망이 계속 바뀌는 환경에서 경제전망요약(SEP) 보고서를 내놓는 것도 무의미하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파월 “경제 전망 불확실… 금융여건 상당히 경색”
연준은 당초 오는 17일~18일로 예정됐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일요일(현지시간 15일) 오후로 앞당겨 개최한 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기존의 1.00~1.25%에서 일시에 0.00~0.25%까지 내린다고 밝혔다. FOMC 위원 10명 가운데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만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했고 나머지는 1%대 인하에 동의했다.
연준의 결정은 코로나19의 영향에 흔들리는 경제를 지탱하고 금융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실상 총력전을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연준은 결정 발표문에서 “코로나19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고 경제활동을 방해하고 있으며, 국제 금융 상황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금융시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이 의미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금리를 다시 올리게 위해서는) 최근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해소됐다는 강력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또 기준금리 인하 외에 사실상 ‘4차 양적완화(QE)’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채 5,000억달러, 정부 기관의 주택저당증권(MBS) 2,000억달러 등 총 7,000억달러어치 자산 매입을 실시한다고 공개했다. 파월 의장은 “명칭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규모는 사실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진행된 자산매입에 육박한다.
이번 QE의 주된 목적은 채권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시장에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최근 위기감 확산으로 인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거래가 가장 활발한 미 국채마저 거래가 어려운 기현상이 발생했다. 연준은 지난 12일에도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epoㆍ레포) 거래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선 바 있다. 파월 의장은 “금융여건이 상당히 경색되는 상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측 뛰어넘은 결정… 시장 안정은 어려울 듯
연준의 전격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결정을 공개 발표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정례회의 사이에 2회 이상 긴급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루에 금리를 0%까지 내리고 QE까지 결정한 것은 연준 사상 하루에 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요일 저녁에 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인데 사실상 미국ㆍ유럽보다 먼저 열리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턴 수석 경제학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은 2008~09년 금융위기 때 아시아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영국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스위스은행, 캐나다은행 등 5개 중앙은행과 달러스와프금리 인하에 합의했는데, 이 또한 현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 연대 대응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오히려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증시 선물시장은 하한선인 5%까지 떨어졌고,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 데 영향을 받은 금 가격은 3% 가량 반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보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경제 불안을 해소할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해 왔다. 팀 두이 오리건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금융시장이 단기에 안정을 찾기 어려우며, 이 시점에는 연준의 역할도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보건 위기가 사라진 후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강력한 반등 지원을 위한 조치임을 밝혔다. 아울러 경제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위험에 빠진 개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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