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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굿모닝 2020s’] ‘호모 모빌리언스’의 탄생… 공동체는 개인을 붙잡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3.17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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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모바일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 콘퍼런스’에서 첫 아이폰을 공개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 잡스는 아이폰이 모바일 시장에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 확신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 콘퍼런스’에서 첫 아이폰을 공개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 잡스는 아이폰이 모바일 시장에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 확신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을까. 지금 적지 않은 독자들은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기에 개인 컴퓨터의 작동 시스템이 결합된 이동통신 기기를 말한다. 이동통신의 현장성과 즉시성에 개인 컴퓨터의 활용성이 결합된 기기가 스마트폰이다. 정보혁명은 스마트폰혁명으로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모바일과 모바일사회의 도래 

모바일이란 정보통신에서 이동성을 가진 것을 통틀어 칭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처럼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을 의미한다. 일상적으로는 이러한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 등을 간단히 모바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바일은 이제 우리 인간에게 제2의 두뇌이자 심장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나의 모바일 안에 담긴 메시지, 사진, 메모, 그리고 검색 기록 등을 보면 된다. 또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바일은 가장 가까운 친구다. 일어나자마자 모바일을 찾고 잠들기 직전 모바일을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정보사회가 시작한 것은 1970년대였다. 정보혁명은 1990년대 인터넷혁명에 이어 21세기에 들어와 모바일혁명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정보기술이 도구적 차원을 넘어 우리 삶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시대를 인류는 살아가고 있다.

모바일이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가 모바일사회다. 이런 모바일사회의 도래가 갖는 의의는 뭘까. 사회학적으로 모바일은 가상공간을 생활공간 안에 들여옴으로써 물리적 공간과 전자 공간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게 했다. 모바일사회는 참여ㆍ공유ㆍ개방을 핵심으로 하는 쌍방향소통의 ‘웹2.0’과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음을 뜻하는 ‘유비쿼터스’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진전을 이뤘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쇼핑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일상을 바꿨다. 티몬 제공
스마트폰 사용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쇼핑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일상을 바꿨다. 티몬 제공

이러한 모바일사회의 아이콘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음성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동전화의 기능과 디지털 카메라, MP3, PMP(포터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모두 결합시킴으로써 디지털 기기 사용 양식의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능들에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접목해 또 하나의 정보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일상생활의 편리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그 기본 기능인 연락 기능 외에도 모바일 쇼핑 및 금융거래 등 다양한 활용이 이뤄져 왔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의 활용은 업무 방식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켜 왔다. 유연한 근무 환경 속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마트워크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스마트워크는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에선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일과 삶의 균형 실현 등에 기여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사생활 침해, 소외감 유발, 고용안정성 약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모바일사회의 도래가 가져온 ‘재택 근무’와 같은 새로운 노동의 변화가 현재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혁명이 시공간 제약 없는 가상공간에서 자유로운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했다면, 모바일혁명은 그것의 지능화와 네트워크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인류는 ‘호모 모빌리언스’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2020년대와 모바일사회의 미래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은 ‘이동통신과 사회’에서 새로운 무선통신 기술에 의해 이뤄진 사회를 ‘모바일 네트워크 사회’라 명명한다. 여기서 네트워크 사회란 정보사회를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카스텔이 주조한 개념이다. 네트워크란 상호 연관된 ‘결절(node)’의 집합을 뜻하고, 네트워크 사회란 사회구조가 극소전자 기반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추진되는 네트워크로 구성된 사회를 의미한다.

이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전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의 범위를 지구적으로 확대시켰다. 동시성과 지구성은 네트워크 사회가 갖는 중요한 두 특징이다.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의 역사ㆍ이론ㆍ경제ㆍ문화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 공개된 접히는 스마트폰 '플렉스 파이'. 스마트폰은 계속 진화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 공개된 접히는 스마트폰 '플렉스 파이'. 스마트폰은 계속 진화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에 또 한 번의 혁명을 가져온 것이 바로 모바일의 등장이었다. 지난 2010년대는 모바일이 생활세계에서부터 경제 활동을 거쳐 정치적 공론장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우리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각종 정보를 신속히 제공받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모바일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가 가져온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의 강화다. 카스텔에 따르면,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란 인터넷의 세계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의 특성을 보이되 그 개인주의가 네트워크 속에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모바일은 한편으로 유목민의 삶과 같은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네트워크에의 접속을 통한 타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선사한다.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모바일사회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재고하게 한다. 모바일사회는 단절되고 고립된 사회가 아니다. 모바일이 타인과의 관계의 단절, 개인의 고립과 소외를 불러온다는 견해는 일면적인 것이다. 인간은 본디 고독을 자처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끝없이 타전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모바일 네트워크는 느슨하고 잠정적인 것이다. 오프라인 관계와 달리 온라인 관계는 비대면적인 관계인만큼 큰 부담 없이 중단할 수 있다. 인간은 타자를 그리워하는 존재이자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존재다. 우리는 그 자유가 구속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네트워크로부터의 이탈을 시도하게 된다.


이러한 네트크화된 개인주의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는 모바일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모바일 사용자는 SNS를 통해 생활양식, 대인관계, 시민 참여, 공동체 활동의 작지 않은 변화를 경험한다. SNS는 주체성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개인주의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사회관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공동체주의를 강화시킴으로써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를 생생히 체험하게 한다.

2020년대에 이러한 모바일사회와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그렇다면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모바일사회의 진전은 비가역적이다. 모바일은 앞으로 더욱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희석시킬 것이다. 나아가 개인들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킴으로써 초연결사회를 더욱 공고화시킬 것이다.

둘째,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개인주의 정체성과 공동체주의 정체성 간의 공존은 물론 긴장을 제고시킬 것이다. 카스텔은 ‘정체성 권력’에서 “왜 우리는 (...) 세계화와 정체성, 네트워크와 자아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게 되는가”를 묻고 있다. 모바일사회의 진전에 따라 갈수록 멀어져 가는 개인적 자율과 공동체적 연대를 결합시킬 수 있는 ‘연대적 개인주의’라는 새로운 네트워크 문화 구축의 과제를 우리 인류는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정보를 제공하는 앱 ‘코로나 닥터’를 만든 인하대 학생들이 앱이 실행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하대 제공
코로나19 정보를 제공하는 앱 ‘코로나 닥터’를 만든 인하대 학생들이 앱이 실행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하대 제공

 ◇한국사회와 모바일사회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지난 2018년 7월 5,00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총 인구수가 5,180만 명임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에서는 1인당 1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지구적으로 정보사회의 진전을 선도해온 만큼, 앞서 말한 모바일사회와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의 특징은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뉴 미디어’가 아니다. 아동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전 생애에 걸친 ‘라이프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자공학자이자 벤처 대부인 이민화는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디지쿠스를 거쳐 이제 호모 모빌리언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개인이 스마트폰 아바타와 융합한 ‘증강 인간’으로, 인류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집단생명인 ‘초인류’로 새롭게 진화할 것이라는 미래 전망을 내놓았다.

2020년대 우리 사회에서 모바일사회가 어디까지 진화할지를 예측하긴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모바일이 사고ㆍ인지ㆍ행동 역량을 확장시킴으로써 삶의 조력자를 넘어선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인간 삶의 온기가 온전히 깃들 수 있는 모바일사회와 모바일문화를 새롭게 일궈가야 할 과제를 우리 사회는 안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의 굿모닝 2020s’는 2020년대 지구적 사회변동의 탐색을 통해 세계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한국일보> 연재입니다. 매주 화요일에 찾아옵니다. 다음주에는 ‘기본소득’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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