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생명력을 이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그가 아닌 2당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깜짝’ 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연립정부 구성권이 넘어갔다. 이번만큼은 야권연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네타냐후의 14년 집권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한 뒤 간츠 대표에게 연정 구성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간츠가 최장 42일 안에 연정을 꾸려 새 정부를 출범시키면 정권 교체가 확정된다.
현지 언론은 정당간 이합집산을 거듭했던 지난 두 차례 총선과 달리 이번엔 간츠가 연정 구성에 필요한 의회(크네세트) 과반 의석(61석)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 2일 치러진 3차 총선에서 청백당은 120석 가운데 33석을 얻어 네타냐후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36석)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리스트(15석)와 중도좌파 연합체인 노동-게셰르-메레츠(7석)가 협력을 약속했다. 여기에 그간 네타냐후와 간츠의 ‘거국 내각’ 구성을 조건으로 연정 참여를 거부했던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베이테누당(7석)마저 간츠 쪽으로 기운 상황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념 노선은 정반대지만 이스라엘베이테누당과 조인트리스트 내 강경파가 ‘네타냐후 퇴출’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간츠를 총리로 옹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고한 반(反)네타냐후 전선은 그의 부패ㆍ비리 혐의가 가장 큰 도화선이 됐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17일 예정된 첫 재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월로 미뤄졌지만 실형이 나올 경우 정권 연장은커녕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
5선을 노리는 네타냐후는 이미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기록(13년 11개월)을 세웠다. 3차 총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합병 공약을 내놓는 등 한층 강경한 행보를 보였으나 확실한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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