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이어 확진자 많은 스페인 국가 비상사태 선포 “총력 대응”
독일 베를린 50명 이상 행사 금지… 그리스 성화봉송 일정 전격 취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따라 잡기 힘든 감염병 확산 속도 탓에 ‘개방’이 미덕인 유럽사회가 상점 문을 닫고 기본권에 역행하는 외출을 막는 등 폐쇄의 길로 들어섰다. 국경봉쇄도 유행으로 자리잡아 유럽연합(EU)이 추구하는 ‘하나의 유럽’ 원칙은 이미 무색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의 새 진원지”라고 못박았다.
1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유럽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4만명을 돌파했다. 유럽 감염병 확산의 발원지인 이탈리아는 ‘전국 봉쇄령’의 약발도 소용 없이 누적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겼다.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감염자 수는 전날보다 3,497명 증가한 2만1,157명으로 집계됐는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사망자도 175명 늘어 1,441명이 됐다. 누적 확진ㆍ사망자 모두 중국 다음으로 많다.
유럽 각국은 너도나도 ‘비상사태’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확진자가 많은 스페인은 15일부터 국가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식료품ㆍ의약품 구매와 출ㆍ퇴근 목적을 빼곤 전 국민의 외출이 금지된다. 상점과 영화관들도 죄다 문을 닫아야 한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군대를 포함해 모든 자원을 코로나19 대응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스페인은 14일 하루 만에 감염자가 600여명이 급증하면서 6,391명이 됐다.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라트비아도 정부가 유사 조치를 내렸다.
비상사태 선포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나라는 ‘극단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4,000명 안팎까지 치솟은 프랑스 정부는 15일 0시부터 다중시설을 폐쇄했고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음식점, 카페 등의 영업을 중지시켰다. 그리스는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현장에 군중이 몰려들자 일정 자체를 전격 취소했다. 또 교황청은 내달 5~11일 가톨릭 성주간 전례 및 부활절 미사를 최초로 신자 없이 인터넷 중계로 치르기로 했다.
폐쇄 정책의 극단인 국경봉쇄를 택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11일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에서 오는 사람의 입국 조건으로 건강증명서 필참을 제시하며 사실상 국경봉쇄를 단행한 이후 체코와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등이 자국 거주 자격이 없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적으로 막아 섰다. 덴마크 역시 14일부터 한달간 국경을 모두 차단했다. 독일도 통근과 화물운송 목적만 예외로 하고 16일 오전부터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국경을 모두 차단하기로 했다.
각국의 다양한 극약 처방으로 유럽 역내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은 빈 껍데기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일방적 국경통제 조치에 대해 “도미노 효과를 유발하고 환자와 병원이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장비 공급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코로나19 위기가 금융위기와 난민사태에 이어 EU의 한계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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