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워낙 다양한데 그 많은 학생 중 유증상자를 찾아내긴 어려워요. 개학 후엔 폭탄을 안고 있는 거나 다름없죠.”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20년차 보건교사 A씨는 15일 “아직 (개학)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개학(23일)이 일주일 남았지만 학교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이후 개정된 ‘학생 감염병 예방ㆍ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개학 전 학교별 대응시스템과 예방교육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방역물품 구비에만 집중된 탓에 정작 우선순위는 뒷전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건 유증상자를 찾아낼 뾰족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각 학교에 열화상감지기를 설치해 체온을 재는 것이 교육부가 제시한 유일한 대책이나 효과가 떨어진다. 정부지원 기기의 가격은 300만원 이하로 한 명씩 지나가야만 측정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기 초등학교 보건교사 B씨는 “우리 학교는 재학생 800명이 한 줄로 등교해야 측정을 겨우 마칠 것”이라며 “사실상 생색내기 식 대책”이라고 말했다.
37.5도 이상의 열 외에 유증상자 감별을 위한 상세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학생들의 체온은 아침에 더 떨어지는 데다 해열제를 먹고 등교할 수도 있어 종합적 판단이 중요한데, 담임교사는 물론 보건교사가 참고할 기준도 없다. B교사는 “열과 호흡기 증상이 동시에 또는 개별로 발생해야 하는지, 전날 밤까지 열이 있던 학생이 아침에 괜찮다고 학교를 보내도 되는 건지 경우의 수가 많아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개학 후 매일 교실을 소독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이를 지원할 인력도 부족하다. 소독효과를 보려면 책상ㆍ문고리를 락스 등 강한 약품을 이용해 닦아야 하는데 이를 학교 구성원들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충남의 초등학교 보건교사 C씨는 “우리 학교는 담임 교사들이 직접 하지만 관련 지침도 없어 각각의 소독수준이 다를 수 있다”라며 “일부 중ㆍ고교는 학생들에게 소독을 시킬 계획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감염병 예방교육은 오히려 뒷전인 학교도 많다. 이를 준비할 보건교사들이 정작 방역물품 수급 등에 동원돼 있기 때문이다. 경북 초등학교 보건교사 D씨는 “긴급 보건교육시간을 마련하려고 하니 학교에서 오히려 ‘방역업무에나 집중하라’는 답만 돌아왔다”며 “초등 1~4학년은 평소 보건수업이 없어 교육이 필요한데 방역업무가 과중한 현재 여건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금주 중 23일 개학을 전제로 한 대응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발 늦었다는 우려가 나와 현실적으로 추가 개학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생이 감염병에 대비하고 극복할 역량을 기르는 게 학교의 역할이나 현재 매뉴얼은 방역 등 행정업무에만 머물러있다”며 “개학 후 보건교육이 실종되지 않도록 학교현장에 맞는 수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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