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개 주에서 최소 2759명 확진… 트럼프, 국가 비상사태 선포
미국사회가 감염병 집단 공포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각종 여가시설이 줄줄이 폐쇄되면서 “일상의 마비가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내세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미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미국인들이 전례 없는 규제에 직면했다”며 “시민들의 일상이 멈췄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주(州)에서 대규모 집회와 각종 스포츠 경기가 중지됐고 디즈니랜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도 문을 닫았다. 휴교령도 연일 확산일로다. 미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위크는 “최소 5만7,000개 학교가 문을 닫아 학생 2,580만명이 배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도 불안감은 ‘사재기 광풍’으로 이어졌다. 이날 대형 식료품점마다 개점 전부터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로이터통신에 “도시가 봉쇄될 경우 먹을 음식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모두 미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11일 유럽발(發) 여행객 입국을 제한한 직후 공항에선 ‘입국 대란’이 벌어졌다. 발열검사 등 절차가 최대 7시간씩 지연되면서 환승편을 놓친 승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현재로선 혼돈ㆍ혼란의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미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17일 0시부터 영국과 아일랜드를 여행제한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유럽 전역을 향해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여행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국방부는 자국 내 장병과 소속 직원에게 국내 여행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려 감염병 위기는 ‘안보 위기’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NYT는 “미국에서 최소 2,75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59명이 목숨을 잃었다(15일 오전 기준)”고 집계했다. 50개주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주만 유일한 청정지대로 남아 미 전역이 코로나19 사정권에 들어간 셈이다. 공포를 증폭시키는 예상도 나왔다. 신문은 “코로나19 억제 조치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1,400만명이 감염되고 17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비공개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민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치권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420억달러(약 51조원) 규모의 재난기금을 지방정부에 지원하고 한국의 히트 상품‘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할 의사를 밝혔다. 미 하원 역시 이날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필요한 패키지 지원법안을 초당적으로 처리했다. 무료 코로나19 검진과 근로자의 2주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양당의 좋은 협업으로 대형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면서 오랜만에 민주당을 칭찬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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