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한 미국 마이너리거가 생계를 위해 급기야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이 눈물겨운 스토리의 주인공은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마이너리그 우완 투수 피터 베이어(26)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취소 발표날 저녁부터 생활비를 벌려고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마이너리거들은 정규리그가 시작돼야 돈을 받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개막 연기 발표 후 마이너리그도 4월초 예정이던 개막을 연기하면서 생계 유지에 비상이 걸리자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15일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베이어는 스프링캠프 중단 소식에 이미 10만 마일 이상을 달린 중고차를 타고 배달 애플리케이션(도어 대시)을 클릭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고객들의 집까지 음식을 배달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이너리거들의 연봉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난 오늘 밤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3시간에 62달러(약 7만5,000원). 나쁘지 않다”고 적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돈을 벌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탬파베이 마이너리그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베이어는 2018년 오클랜드 마이너리그 팀으로 트레이드됐다. 지난해 급여는 4월부터 8월까지 매달 세전 1,500달러(182만7,000원)를 받았다. 이 중 클럽하우스 이용 비용 200달러를 월마다 내야 했다. 1년 동안 총소득을 보니 6,200달러(755만1,600원)였다. 이 돈으로 주택 임대료, 식사, 차랑 유지비, 학자금 대출 등을 해결했다. 비시즌 동안에는 거주지인 덴버 외곽 지역 실내 야구 훈련장에서 코치 활동을 하며 돈을 벌었다.
베이어는 시즌이 시작되면 배달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계획이지만 현재는 피칭 날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3~4일 정도 배달 일을 하고 있다. 하루 근무 시간은 2~3시간이다. 주문이 많은 날은 한 시간에 20달러 이상을 벌고, 그렇지 않은 날은 보통 14달러를 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처음엔 ‘우버’ 택시를 생각했으나 좀 더 안전한 배달 일을 택했다.
위생 관리도 철저하다. 베이어는 “차에 손 소독제를 두고 배달 전후로 소독을 한다.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할 때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현실에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사무국이 우리를 어떻게든 도와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단지 외출하지 말라,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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