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마스크, 손세정제, 휴지, 식료품 등 생필품뿐만이 아니다.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총기나 탄약, 군용복 등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온라인 탄약 판매사이트 아모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우려가 높아진 지난달 23일 이후 열흘 동안 총기 등 판매량은 직전 같은 기간 보다 68% 폭증했다. 이 회사의 알렉스 호스만 마케팅 담당자는 “원래 총기소유 권리가 침해 받는다고 느낄 만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구매가 많아졌는데, 이번처럼 바이러스 탓에 판매가 증가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싶어한다”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총기 매장을 운영하는 가브리엘 본도 폭스뉴스에 “두 시간만에 권총 12정을 팔았다. 평소보다 5배 가량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고객 대부분은 처음 총을 보유하는 경우”라며 “지금까지 총기를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러 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매장을 찾은 한 손님은 “경찰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누가 거리를 순찰하며 우리 안전을 지켜주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약탈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총기를 꺼려왔던 아시아계 주민들이 구매에 적극적이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면서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인더스트리에서 총기를 파는 데니스 린은 ABC방송에 “지난달 말부터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아시아계가 많다”면서 “증오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총기를 사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워싱턴주의 한 매장 측도 “평상시 6배 수준인 총기 판매량 중 아시아계 고객이 상당수”라며 “이들은 인종을 이유로 희생양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탄모, 방탄복 등 군용 장구류 판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군용복 판매업체인 불릿틴존을 운영하는 케빈 림은 “최근 2주간 판매량이 두 배 증가했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나중에 후회하느니 미리 대비하자는 심리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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