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져 수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18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7% 줄었다. 올해 1월 일평균 수출액이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단 10일치 비교이긴 하지만 3월 1~10일 일평균 수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덮친 후 미국과 유럽 대륙을 대대적으로 덮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들은 모두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중일과 유럽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총 3,071억3,6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5,422억3,300만달러)의 56.6%를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362억200만달러에 달했다.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의 경기가 위축되고 수요가 줄면 자연스레 해당 국가에 대한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3일 ‘최근 경제동향 3월호’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급 측면보다) 수요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해외에서 (수요) 쇼크가 길어질 경우 수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국가의 경제 지표 및 전망은 연일 추락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2월 누적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0% 감소하는 등 심각한 소비 위축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블룸버그 등 주요 경기예측기관들은 올해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 성장률이 5%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역시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소비 파급효과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과 유럽 역시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가 금세기 가장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80%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유로존의 경우 GDP가 1분기 1.8%, 2분기 3.3% 줄어들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어려워질수록 경기 회복도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 문제가 국한됐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빠르게 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전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어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우대조치를 취해 수출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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