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ㆍ캐나다 총리 부인은 양성,‘확진 소문’ 브라질 대통령 음성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은 이제 ‘국가 리더십’을 향하고 있다. 각국 정상과 고위층이 감염병 확산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되레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 부재가 개별 국가에 미칠 파급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줄곧 진단 검사를 거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단 ‘음성’으로 나와 미국사회가 한숨을 돌렸다.
13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쏟아지면서 큰 소동이 빚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시작으로 외신은 줄줄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확진으로 백악관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가 직접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라고 확인했지만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7~10일 그의 미국 방문 일정 동안 접촉 인사 중 최소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보우소나루가 12일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한 상태다.
불똥은 트럼프 대통령에 튀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4일 일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에 초대된 손님 가운데 최소 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도 물론 포함됐다. 신문은 “호화로운 토요일 밤 파티가 집단 모임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트럼프도 마지못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백악관은 이날 “대통령은 감염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부인 베고냐 고메스가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역시 아내가 양성 판정을 받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2일부터 자가 격리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교통 장관이 14일 확진 판정을 받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다음날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문화장관, 영국 보건차관 등도 확진 판정을 받아 각국 정부 내 감염병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이란 최고지도자의 국정자문인 모하마드 미르모함마디, 하디 호스로샤히 전 주바티칸 대사는 이미 코로나19로 숨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선제적 격리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은 귀국 후 바로 격리에 들어갔다.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관저 방문객이 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스스로 14일 격리를 선택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재무장관 등 일부 각료가 확진자와 접촉으로 격리되자 대통령궁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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