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원마다 마스크 쓴 시민들, 호미곶에선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식당 등 실내 공간은 여전히 경계… 권영진 “2주만 더 참아 달라”
지난 14일 오후 3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보. 낮 최고 기온이 12도까지 올라간 이날 강정보 주차장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텅 비다시피 했던 곳. 몇 바퀴를 돈 뒤에야 주차를 했다. 회원 10여명의 한 자전거 동호회는 이곳 디아크 문화관 앞에서 시끌벅적 “파이팅”을 외쳤고, 가족 단위 시민들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담소를 나누거나 이른 봄바람에 연을 날리기도 했다. 전동휠과 퀵보드를 타거나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는 등 각양각색의 시민들로 강정보는 붐볐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야외 공원과 유원지에 시민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줄면서 신종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확연했다. 각양각색의 시민들이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김경환(32ㆍ대구 달서구)씨는 “거의 한 달 동안 갇혀 지낸 아이들이 답답하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불안한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까지 챙겼다”고 말했다. 강정보 인근 전동휠 대여 가게 주인도 “신종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인적이 뚝 끊겼는데 이제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대표 유원지인 수성못과 두류공원에도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민들은 대화보다는 운동에 집중했다. 한 달 가까이 ‘가택연금’을 당했던 이들이다.
또 대구시민들이 주말에 많이 찾는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는 ‘강도다리 활어회 소비촉진 드라이브 스루 판매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관광객들은 신종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이어 활어회 판매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돼 활기를 띠자 마냥 신기해했다.
식당과 술집 등 자택이 아닌 ‘실내 공간’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했다. 14일 저녁 대구 수성구의 한 한우식당에는 종업원들끼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2주 정도 문을 닫았다 새로 열었는데 손님이 영 없다”고 말했다. 15일 낮 12시 대구 교동시장에서 분식집을 하는 한 할머니도 “아줌마가 나오지 않아 김밥과 국수는 못 판다”고 잘라 말했다.
밀집 공간으로 분류되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도 사람들은 뜸했다. 14일 오후 6시 대구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에서는 지하철 차량마다 승객은 3, 4명에 불과했다. 평소 주말 저녁이면 발 디딜 틈을 찾아보기 어렵던 지하철 역사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전에 없던 공포를 경험한 대구시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 수 십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에 여세를 몰아 신종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5일 시민 담화를 통해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하고 모임과 집회를 중단하는 자율통제를 2주만 더 한다면 희망찬 4월의 봄을 맞을 수 있다”며 “신천지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지금은 결코 안정기가 아닌 만큼, 외출과 이동을 2주간 더 자제하는, 3ㆍ28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대구시는 2ㆍ28민주운동 기념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대구=글ㆍ사진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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