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만난 호주 장관 확진, 트럼프 만난 브라질 대통령 양성
“괜찮다” 일축하던 트럼프, 측근엔 감염 걱정 털어놓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코로나19가 미국 백악관에까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난 괜찮다”며 검사도 안 받고 버티고 있으나, 사실 그 역시 ‘밀접 접촉’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과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주 만났던 피터 더튼 호주 내무장관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방카 고문과 바 법무장관 둘 다 ‘코로나19’ 밀접 접촉자가 된 셈이다. 이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73세 고령인 그의 감염과 검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왔다. 그가 지난달 참석한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지난주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담 때 배석한 브라질 당국자도 최근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13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감염 가능성에 대한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일관 "나는 괜찮다"며 일축해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라질 당국자의 확진 사실이 밝혀진 12일에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확진자와 거의 접촉이 없었다”며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사실 측근들에게는 밀접 접촉 사실을 걱정하는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브라질 당국자를 포함해 바이러스에 걸린 채 만난 모든 사람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외적 여파를 고려해 겉으로는 “괜찮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실상 본인도 감염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가팔라지면서 미국병원협회ㆍ간호사협회ㆍ의학협회 등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신속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00억달러(약 47조6,000억) 이상의 재해구호기금이 지원되면 비용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환자 치료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2009년 신종플루(H1N1) 창궐 때 이를 선포한 바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1,66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41명에 달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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