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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약이 많으셨나요... 공약 절반도 못 지킨 20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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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약이 많으셨나요... 공약 절반도 못 지킨 20대 국회

입력
2020.03.21 04:30
수정
2020.03.23 14:3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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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 공약 이행도 분석, 253명 중 평가서 제출한 217명 대상

총선 때 7600여개 공약 내걸었지만 임기 4년간 완료율 46.8%에 그쳐

21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매번 정책투표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만, 공염불이 되기 일쑤였다. 이번 총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분법적 사고와 혐오정서가 확산되면서 정당과 이념이 유권자 판단의 중요기준이 돼 버린 영향이 크다. 특히 다가오는 4ㆍ15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을 덮친 상황에서 치러지는 탓에 정책선거는 사실상 실종될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부터 각 당의 정책과 공약도 모른 채 투표장에 가는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한국일보는 정책선거의 기본바탕이 되는 선거공약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기 위해 20대 국회의원들의 후보시절 공약과 임기 내 공약이행도를 분석했다. 선거공약을 분석ㆍ평가하는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본부)가 평가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의원들이 내놓은 선거공약이 임기종료를 앞두고 얼마만큼 정책으로 실현됐는지 따져봤다. 이번 평가와 분석은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정책 중요도와 성격 등 정성평가는 배제하고, 공약의 개수와 완료율 등 정량평가에 초점을 맞췄다.

◇20대 국회 공약 완료율 19대보다 낮아

20대 국회의원들의 지난 4년 동안의 선거공약 완료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매니페스토본부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의 공약 이행도를 분석한 결과 20대 의원들은 총 7,616개의 공약을 내걸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지난달 임시국회 이전까지 완료율은 46.8%(3,564개)로 나타났다. 19대 국회의 51.2%보다는 4.4%포인트 낮고, 18대 국회(35.2%)보다는 11.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번 분석은 매니페스토본부가 현역 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체평가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5명, 총리 및 장관직 4명, 평가서 미제출자 27명을 제외한 217명이 분석 대상이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공약을 국정ㆍ지역ㆍ입법ㆍ재정 등 유형별(중복가능)로 분류했고,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필요재정이 모두 확보된 경우(장기계획은 확보가 예정된 경우)를 완료로 분류했다. 법 제정이나 개정 또는 재정확보가 필요하지 않은 공약은 사업종료를 완료로 봤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완료율이 49.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자유한국당(47.7%), 대안신당(41.3%) 순이었다. 집권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거대 양당의 공약 완료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공약 완료율이 낮은 정당은 바른미래당(25.8%), 무소속 의원(26.4%), 정의당(29.6%) 등이었다. 정당 규모가 작고 상임위 위원수가 적은 것이 입법과정과 재정확보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북지역 의원들의 공약 완료율이 56.8%로 가장 높았고, 부산(55.6%), 경기(54.5%)가 뒤를 이었다. 공약 완료율이 낮은 지역은 충남(25.9%), 경남(30.6%), 전남(31.1%) 순이었다.

한국일보가 매니페스토본부가 공개한 평가표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 중 공약 완료율이 가장 높은 의원은 심재권(강동구을) 민주당 의원으로 조사됐다. 총 63개의 공약을 내서 60개(95.2%)를 완료했다. 서영교(중랑구갑ㆍ92.0%) 민주당 의원과 박용진(강북구을ㆍ89.9%) 민주당 의원이 뒤를 이었다.

경기ㆍ인천 지역 의원 중에선 김정우(군포시갑) 민주당 의원이 총 39개 공약 중 36개(92.3%)를 완료했다. 이어 함진규(경기 시흥시갑ㆍ90.3%) 미래통합당 의원, 윤상현(인천 미추홀구을ㆍ89.6%) 무소속 의원의 공약 완료율이 높았다.

대전ㆍ충청ㆍ강원ㆍ세종 지역 의원들 중에는 이후삼(충북 제천시단양군) 민주당 의원이 총 25개의 공약 중 19개(76.0%)를 완료했다. 염동열(강원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ㆍ73.3%) 미래한국당 의원, 성일종(충남 서산시 태안군ㆍ71.4%) 통합당 의원이 뒤를 이었다.

대구ㆍ경북 지역 의원 중 공약 완료율이 가장 높은 의원은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통합당 의원으로, 20개 공약 중 19개(95.0%)를 완료했다. 이어 추경호(대구 달성군ㆍ90.0%) 통합당 의원, 김석기(경북 경주ㆍ70.2%) 통합당 의원의 공약 완료율이 높았다.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의원들 중에서는 유재중(부산 수영구) 통합당 의원이 10개 공약을 모두 지켜 100% 완료율을 기록했다. 이어 정갑윤(울산 중구ㆍ89.1%) 미래한국당 의원, 김무성(부산 중구영도구ㆍ83.3%) 통합당 의원 순이었다.

광주ㆍ전남ㆍ전북ㆍ제주 지역 의원들 중에는 이춘석(전북 익산시갑) 민주당 의원이 46개의 공약 중 42개(91.3%)를 완료했고, 송갑석(광주 서구갑ㆍ88.2%) 민주당 의원, 이정현(전남 순천시ㆍ80.0%) 무소속 의원이 뒤를 이었다.

[저작권한국일보] 20대 국회의원 지역별 공약순위 송정근 기자
[저작권한국일보] 20대 국회의원 지역별 공약순위 송정근 기자

◇평균 공약 개수 35.2개… 의원마다 천차만별

하지만 높은 공약 완료율이 곧바로 의정활동의 성실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 자체가 동료 의원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의원도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적은 공약을 낸 만큼 공약 이행도가 높게 나타날 수도 있는 셈이다. 따라서 후보시절 공약 개수는 의정활동에 임하는 자세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공약 개수는 계약서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만들어 내밀었냐는 의미인데, 계약서를 보면 후보자의 자세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 전체 의원들의 평균 공약 개수는 35.2개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공약을 제시한 의원은 박정(경기 파주시을) 민주당 의원이었다. 총 116개의 공약을 내 이 중 65개를 완료했다. 이어 △김종민(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 민주당 의원이 110개 △강길부(울산 울주군) 무소속 의원이 101개의 공약을 냈다.

정당별 평균 공약 개수는 민주평화당(평가표 제출 의원 4명 평균)과 정의당(2명) 이 44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주당 39.1개(106명) △한국당 31.8개(78명) △새로운보수당 30개(7명) △우리공화당 27개(1명) △대안신당 23.8개(6명) △바른미래당 23.3개(4명) 순이었다. 무소속 의원(9명)의 평균 공약개수는 33.7개였다.

하지만 모든 의원이 이처럼 많은 공약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의원 중 10개 미만의 공약을 내고도 당선된 의원이 10명(민주당 4명ㆍ한국당 4명ㆍ새로운보수당 2명)이나 됐다. 이는 일부 유권자들이 정책보다는 정당 또는 인물에 투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은 정권 평가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공약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권자들이 정권의 정책 방향성을 수시로 검증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투표 양상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법공약 15.4% 불과… 아예 없는 의원도 33명

공약을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입법이 필요한 공약은 전체 공약의 15.4%(1,17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기관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입법공약을 가장 많이 낸 의원은 위성곤(제주 서귀포시) 민주당 의원으로, 총 26개(본회의 통과 50.0%)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어 △이명수(충남 아산시갑ㆍ25개ㆍ36.0%) 한국당 의원 △박정(경기 파주시을ㆍ23개ㆍ30.4%) 민주당 의원 순으로 많았다. 반면 입법 관련 공약을 한 개도 내지 않은 의원도 33명(한국당 15명ㆍ민주당 12명ㆍ무소속 3명ㆍ새로운보수당 2명ㆍ대안신당 1명)에 달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회의원들은 법 제정이나 개정을 많이 해도 표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입법공약에 소홀하다”며 “향후 총선에선 입법공약을 많이 낸 의원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에 대한 고려 없는 전시성 공약도 다수 발견됐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투입이 필요한 공약은 전체 공약의 59.1%(4,497개)를 차지했는데, 한국일보 분석 결과 재정공약을 내놓고도 필요재정 총액을 산출하지 않거나 제출하지 않은 의원이 33.2%(72명)에 달했다. 필요재정을 산출한 의원 143명 중에서도 임기 내 확보한 재정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의원이 11.2%(16명)에 달했다.

지방의원 출신의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재정추계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후보들이 공약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스스로도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 모르고 있다는 증거”라며 “해당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공약을 제시한 결과 사업추진이 더디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확보재정이 현저히 낮은 사업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후보들이 재정공약을 내기 전에 해당 사업의 필요성, 방향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그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선별해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표해 국회에 입성한 만큼 지역공약은 전체 공약의 78.7%(5,886개)나 차지했다. 지역공약을 가장 많이 낸 의원은 강길부 무소속 의원과 김종민 민주당 의원, 박정 민주당 의원으로 각각 101개와 96개, 95개를 제시했다.

선수별 공약 완료율은 큰 차이는 없었지만 다선의원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3선 의원이 49.4%로 가장 높았고, 4선 이상(48.3%), 초선(46.4%), 재선(44.2%) 순이었다. 이를 두고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물갈이’ 분위기와 이에 따른 인재영입이 공약 실천 측면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호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초ㆍ재선 시절에는 정치경험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과를 적게 낼 수밖에 없다”며 “3선 이상은 돼야 비로소 경험과 추진력이 생기는데, 선거 때마다 ‘물갈이’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다 보니 국회는 임기마다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공약 평가는 향후 유권자들의 선택에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지만, 현역의원 27명은 불출마 선언과 정계개편 등의 이유를 들어 공약이행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한국당 13명 △민주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대안신당ㆍ미래를향한전진4.0ㆍ민중당ㆍ새로운보수당ㆍ우리공화당ㆍ무소속 의원이 각 1명이었다.

◇의정계획서 공개 의원이 공약 완료율 더 높아

이번 평가를 통해 의정활동계획서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지난 총선에서 매니페스토본부는 후보들에게 △의정활동 목표 △국정현안 과제 △상임위 및 입법활동 계획 등이 담긴 의정활동계획서를 요청했는데, 이를 제출한 의원들(194명)의 공약 완료율은 48.6%로, 그러지 않았던 후보들(44명)에 비해 10.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보면 올해 4ㆍ15 총선을 앞두고도 후보자들에게 의정활동계획서를 공개하도록 하는 게 의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의정활동계획서를 통해 후보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출마했고 당선 후에 어떤 상임위원회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등의 평가가 가능하다”며 “유권자들도 의원들의 의정계획서를 꼼꼼히 살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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