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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통합당, TK를 서울의 식민지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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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통합당, TK를 서울의 식민지로 보나

입력
2020.03.13 21:29
수정
2020.03.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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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미래통합당을 향한 대구의 밑바닥 민심이 심상찮다. 여당 후보들이 이제 숨 좀 쉴 만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통합당의 ‘개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개악’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서 때문이다. 1987년 이후 30여 년 간 텃밭으로 지지 해온 지역민들이 “이거는 아니지 않느냐”며 분노의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대구시민들은 통합당이 잘해서 늘 찍어준 것은 아니다. 누적된 실망감이 있었지만 선거 때마다 다음부터는 잘 하겠지 하는 일탈한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몰표를 줬다고 볼 수 있다. 지지를 해온 지역 민심을 배반했다는 비판에 누가 어떤 항변을 할 수 있나.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2차례 컷오프(공천 배제) 당한 곽대훈(대구 달서구갑) 의원이 13일 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ㆍ경북에서 현역 중 무소속 출마는 처음이다. 대구 총선정치가 요동칠 조짐이다.

이번 사태는 통합당 공관위가 곽 의원과 대구에서 거의 평생을 활동해온 홍석준 전 대구시 경제국장을 지난 6일 컷오프하고 서울에서만 활동해와 지역민들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두아 전 의원(비례)을 단수 추천한 데서 비롯됐다. 그가 유능한지 무능한지도, 사상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를 고공 낙하산으로 내리 꽂았다. 뒤늦게 당 최고위원회는 12일 공관위에 재심을 요구했지만, 공관위는 재심에서도 곽 의원을 재차 컷오프하고 이 의원과 홍 전 국장만 경선을 결정했다. 2차례나 곽 의원을 농락했다.

평소 신중한 성품으로 알려진 곽 의원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당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 까지는 몰라도 차마 탈당해 무소속 출마라는 광야에 뛰쳐나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로 한 것은 그만큼 공천을 향한 민심의 비판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곽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공관위가 달서구갑의 낙하산 공천자를 지키려 최약체를 경선에 붙이는 꼼수로 낙하산 공천을 강행했다”고 지적하고 “잠시 당을 떠나 지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통합당 공천 잡음으로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이날 서울 강남병 김미균 후보 전략공천을 철회하며, 위원장직을 사퇴하며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판단에 미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역민심이 이번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여론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 그러나 지역 후보들을 배제하고 서울에 사는 이른바 ‘서울TK’, 그것도 통합당 엘리트에 줄을 댄 정치낭인들로 채운 공천, 아니 사천에 문제가 있다. 통합당을 향한 민심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이유로 충분하다. 문재인 심판이 아니라 통합당 당권파들을 심판하기 위해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의 주적(?)인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

지역 민심을 읽지 못하는 오만한 행태가 총선 때 마다 반복됐다. 통합당은 두 가지 민심의 의구심에 답해야 한다. 이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정부의 지원 없이 사투를 벌이는 주민들에게 준 선물인가? 미래통합당이 4년마다 찾아오는 총선 농사와 대선을 망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가?

통합당은 자유와 민주를 늘 들먹인다. 정당의 제1 임무는 좋은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번 공천은 통합당 엘리트들에 의한 최악의 사천이고 최저의 꼼수다. 위기일수록 자세를 낮춰야 한다. 잘못을 시인하고 원점에서 민심을 받드는 것이 미래에 희망을 주겠다는 야(野)를 자임하는 자들의 응답이 아닐까?

대구=김정모 기자 gj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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