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마침내 ‘팬데믹’ 단계에 진입했다. WHO와 각국 보건 통계를 집계해 제공하고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바이러스 자원센터에 따르면 3월 13일 현재 110여 개국에서 12만8,00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보고되었다. 이탈리아와 이란은 확진자가 1만명에 이르렀고, 프랑스, 스페인, 독일과 미국도 2,000명을 넘었거나 근접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검사건수가 아직 적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 증가가 다소 주춤하던 우리나라에서도 수도권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지구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는 이미 상당기간 진행되어 온 기후 위기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가 수인성ㆍ식품 매개 및 곤충 매개 감염병의 전파를 촉진하는 동시에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발생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의 틀을 넘어서는 사유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와 기후 위기는 자연적 재해도 인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자연 개입에서 연유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기업의 이윤 추구와 경제의 양적 성장에 최우선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경제 체제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은 산업화에 의한 기후변화뿐 아니라 수력발전 댐과 화력발전소의 건설, 플랜테이션과 공장식 축산 등으로 야생동물 서식지인 삼림과 주변 생태계가 훼손되어 동물 병원체와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는 데서 비롯된다. 대규모 축산 공장은 그 자체로 인수공통감염병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개발 사업들은 온실가스 추가 배출과 삼림 탄소흡수 감소를 통해 기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기도 하다. 인수공통감염병 위기와 기후 위기는 같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 얻어진 개발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해당 지역 주민의 공동체적 삶은 오히려 붕괴되고 있다. 개발 과정 전반이 이윤 추구와 성장을 삶의 질, 사회적 형평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우선하는 정치경제 체제에 의해 추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정치경제 체제가 초래해 온 사회·경제적 격차의 심화는 감염병과 기후위기 피해의 불평등한 배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의 상황이 보여주고 있듯이 감염병 확산 및 그에 따른 경기 침체와 복지 서비스 공백으로 가장 타격을 입는 계층은 재택근무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요원한 노약자, 빈곤층, 장애인, 영세노동자,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와 새로운 감염병의 발발, 그리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탈탄소화 전환이 가져올 고용과 에너지 가격 조정의 여파에 취약한 계층 역시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보건의료와 에너지를 이른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간주함으로써 이들의 공공성을 꾸준히 약화시켜 온 그간의 정책은 감염병·기후 불평등에 대한 대응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많은 이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생존을 위해, 방역과 치료를 위해 돌봄 노동을 수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는 현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간접적 금융지원과 세제혜택을 주 내용으로 하는 추경을 제시하고 있는데, 취약계층이 처한 여건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과감한 재정지출을 통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긴급복지지원제를 확대 시행하는 한편, 재난생계수당의 지급을 시급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난적 상황에 대한 한시적 조처와 위기관리에 그치고 현존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하는 한, 이윤 추구와 양적 성장 중심의 정치경제 체제의 개혁을 위한 근본적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감염병 위기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을 맴돌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김상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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