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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發 입국금지에 ‘대서양 동맹’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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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發 입국금지에 ‘대서양 동맹’도 흔들

입력
2020.03.13 19:00
수정
2020.03.13 19: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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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EU 무역협상 차질 불가피 …방위비 등 안보 갈등 증폭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發) 입국 금지’ 선언으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이미 무역ㆍ안보ㆍ기후변화 등 갈등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국경 봉쇄로 유럽의 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당장 무역협상에 차질이 빚어졌고, 소강 상태이던 안보ㆍ외교분야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일방적이라고 비판한 유럽연합(EU)이 “추가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에릭 마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이 “당장 계획 중인 보복 조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성급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라고 여지를 둔 데 대해서다. 앞서 EU의 지도부 격인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공동성명에서 “일방적인 여행금지 조치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규탄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양측 간에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WSJ은 “미국의 파리 기후협정 및 이란 핵협정 탈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 무역ㆍ관세 협상 등에서 충돌을 빚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가파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주요 교역국이자 전통 우방인 EU에 떠넘긴 셈이라 EU로서는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희생양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이달 말 타결이 목표였던 무역협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필 호건 EU 무역위원장의 다음주 미국 방문은 무산됐고 18일엔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10%→15%)가 예정돼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양측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양상은 그 자체로 적신호다.

여기에 더해 조만간 재개될 나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선 갈등이 첨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대다수 EU 회원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한 터라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은 잠잠한 이란ㆍ이라크ㆍ시리아 등 중동지역 ‘시한 폭탄’에 양측이 협력 대신 갈등으로 일관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건 양측 간 신뢰 상실이다. 독일 싱크탱크 마셜펀드의 지정학 전문가인 줄리안 스미스는 “유럽을 가장 화나게 하는 건 미국의 일방통행”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유럽)도 우리에게 부과할 세금 인상 때 상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이번 봉쇄 조치가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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