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기소 전ㆍ현직 법관 모두 불구속 재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보석으로 풀려난다. 구속된 지 503일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13일 임 전 차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나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었고, 구속영장 발부 당시와 비교하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감소했다”며 보석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범이 기소된 사건에서 일부 참고인들이 증언을 마친 사실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며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또는 그 친족들과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ㆍ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3억원 납입 △법원 지정 장소로 주거를 제한하고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ㆍ출국을 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3일 재판부에 보석허가 청구서를 제출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구속기간이 이미 1년 4개월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0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임 전 차장 측은 “장기간에 걸쳐 개인적 친분관계에 있던 몇몇 행정처 심의관을 제외한 다른 심의관들과는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이들에게 연락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대부분의 증인들이 임 전 차장의 하급자들이기 때문에 임 전 차장이 풀려날 경우 이 사건의 핵심 증인들을 회유해 진술을 번복하게 하는 식으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중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0월 검찰 수사 도중 구속된 후 지난해 5월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ㆍ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1년 5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구속 기간은 오는 7월 만료 예정이었다.
임 전 차장의 보석으로 사법농단과 관련해 기소된 전ㆍ현직 판사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7월 재판부 직권 보석으로 석방됐고, 이외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 중 5명은 최근 1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받았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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