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美 다우지수 9.99% 폭락… 다음주 FOMC 회의 주목
13일 사상 처음 발생한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동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전날 미국, 유럽 증시에서 벌어진 ‘검은 목요일’의 영향이 컸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 증시는 1987년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고 이를 막기 위한 각국의 조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공포감 바이러스가 세계 증시에 팬데믹처럼 번진 결과다.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날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352.6포인트, 9.99%나 폭락했다. 이는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에 발생한 낙폭(22.68%) 이후 최대다. 1896년 출범한 다우지수의 124년 역사에서도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최대 하루 낙폭은 10월 15일 -7.87%에 불과했다.
같은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9.51% 떨어져 검은 월요일(20.47%)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 하락폭(-9.43%)은 2000년 닷컴 버블(9.67%) 이후 최고치였다.
유럽은 미국보다 충격이 더 심했다. 영국 런던 증시 대표지수인 FTSE 100지수는 이날 10.87% 하락했는데 역시 검은 월요일(26.45%) 이후 최대였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의 증시를 반영하는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는 11% 이상 떨어지며 1998년 지수 출범 이래 가장 큰 하락을 보였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대표지수인 FTSE MIB지수의 16.92% 하락 역시 1992년 증시 개장 이래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통화ㆍ재정정책 불신 증폭
이날 폭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지난 9일 ‘2020년판 검은 월요일’의 후속 격이었지만 규모는 더 컸다. 이날 미국 정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은 위기대응안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각국의 통화ㆍ재정정책조차 이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는 더 강해졌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역내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 가입 26개국으로부터의 여행을 한시 불허한 조치가 불확실성을 부추겼다. 게다가 미 의회가 12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 예산안을 놓고 충돌하면서, 민주ㆍ공화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의 통과 시점은 사실상 다음주로 연기됐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이미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연말까지 양적완화(QE)의 규모를 1,200억유로 확대하고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한 저금리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신설하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에게서 기대한,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의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Whatever it takes) 수준의 메시지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선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로 다시 쏠리고 있다. 연준은 이날부터 13일까지 총 1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단기 유동성 공급을 통해 채권 시장의 유동성 부족에 대응했다.
국제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00~1.25%에서 바로 제로로 내릴 수 있으며, 양적완화 카드까지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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