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3일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를 두고 여당이 홍 부총리 거취 문제를 운운하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 경제 시국’에서 더 이상 경제사령탑을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홍 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경제ㆍ금융 상황 특별점검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선 금융 시장 및 제반 경제 동향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회의 종료 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당부했고, 홍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청와대가 홍 부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격려’를 굳이 공개한 건, 추경 규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홍 부총리가 ‘마찰’을 빚었던 것과 연관이 있다. 여당이 홍 부총리에게 불만을 갖고 있을지언정, 문 대통령은 믿겠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추경에 난색을 표한 홍 부총리에 대해 해임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 발언엔 ‘여당과 기재부 간 갈등을 마무리 지었다’는 의미도 내포돼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대응을 위한 모든 경제 조치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된 '경제워룸'에서 준비되길 바란다”는 말로 갈등을 수습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한번 더 갈등이 봉합됐다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여당을 향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경제수장을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임과 동시에, 당ㆍ정ㆍ청이 온 힘을 모아도 모자란 시기에 불필요한 ‘파열음’을 만들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강조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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