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이면서도 가치있는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유통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상품의 개발 및 판매과정에 있어 친환경 요소를 도입한 ‘그린테일(green과 retail의 합성어)’ 마케팅이 한창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계는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 쇼핑백 등을 선보이며 발 빠르게 소비자 취향에 접근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영국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 오브 패션이 발간한 ‘2020년 패션 산업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기업들의 45%가 친환경 소재의 활용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패션 기업인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각각 친환경 소재와 옷의 영속성을 위한 컨셉트로 여성 의류를 선보인다. LF의 여성복 브랜드 ‘엣코너’는 2020 봄여름(S/S)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에코 컬렉션’을 출시했다. 친환경 데님 소재를 활용한 ‘세렌티 핏 데님’은 유럽 지역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진(jean) 소재로 정평이 난 터키의 ‘보싸 데님’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세렌티 핏 데님은 천연 화학물질 및 염료를 사용하고 재활용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를 활용함으로써 친환경 생산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 제품이다.
앳코너는 이외에도 이탈리아 ‘리버사’사로부터 친환경 소재를 소싱하고, 친환경 생산 특허를 가진 유명 생산업체 ‘안드레아 테슬’사를 통해 현대적인 감성이 담긴 여성 슈트를 선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의 영속성에 집중하는 자사 브랜드를 출시했다. 계절 구분이 없는 브랜드 ‘텐먼스’는 한 시즌만 입고 버려지는 옷이 많고, 시즌이 지나면 재고품이 돼 할인 판매되는 현실에 착안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에도 1년 중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니클로는 포장과 쇼핑백에서부터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부터 매장에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쇼핑백과 포장에 쓰여지는 플라스틱을 85% 절감하겠다는 목표다. 포장은 2019년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룸슈즈 등의 일부 제품에서 플라스틱 소재의 사용을 대폭 삭감하기 시작했으며, 올 상반기에 에어리즘, 키즈 속옷, 크루넥 티셔츠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히트텍, 지유(GU)의 제품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쇼핑백은 기존의 생분해성 비닐 쇼핑백에서 환경을 생각한 종이 소재로 변경한다. 또한 일회용 쇼핑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면 100%로 만든 ‘오리지널 에코 프렌들리 백’을 이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진 생산 과정 중 워시 가공 및 마무리 과정에 소요되는 물 사용량을 최대 99%까지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업계 헌장’에도 서명했다.
배송업체들도 플라스틱 포장재와 택배 박스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부터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종이로만 만든 친환경 배송 박스를 도입했다. 현대홈쇼핑이 직접 개발한 ‘핑거박스’는 테이프 등 접착제 없이 조립만으로 밀봉할 수 있으며, 상품을 꺼낼 때는 겉면에 표시된 절취선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양쪽으로 잡아당기면 쉽게 열 수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의 냉동제품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를 전량 종이 박스로 교체했다. 비닐 완충재와 파우치, 지퍼백도 종이 소재로 바꾸고 박스테이프 역시 종이 테이프로 바꿨다.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친환경 정책을 넘어 친환경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 힘쓰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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