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4ㆍ15 총선 공천의 칼자루를 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이틀 전 “12척의 배로 승리해야 하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 이라며 공천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듯했던 김 위원장은 이날 “모든 사태의 책임을 안고 가겠다”며 물러났다. 순항하는 듯했던 공천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김형오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여 출렁거렸다. 황교안 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천 개입설까지 번지면서 빛이 바랬다.
50여일 전 그가 공관위원장에 임명되며 맞닥뜨린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컷오프(공천배제) 위기에 직면한 중진들은 ‘물갈이는 능사가 아니다’라며 저항했고, 3년 전 탄핵의 여파로 ‘인물난’도 심했다. 그는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는 말로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이 휘두른 공천 칼날은 조용하지만 매서웠다. ‘컷오프’ 명단 발표 전에 의원들과 접촉해 ‘불출마 선언’을 유도,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줬다. ‘스텔스 공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까지 교체된 현역은 40%에 이른다.
그러나 막바지로 가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났다. 측근을 텃밭에 앉혔다는 ‘사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고, 현역 의원의 지역구 ‘돌려막기’ 비판도 나왔다. ‘전권’을 부여했다던 황교안 대표가 ‘불공정’을 이유로 6곳의 공천에 대해 ‘재심사’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이 중 2곳의 재심을 수용하면서‘파국’까지는 가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병 공천 문제까지 터져 나오면서 결국 김 위원장은 사퇴했다.
그는 최근“출범 50여일을 넘긴 공관위가 거친 바람과 파도에 맞서는 힘든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릴 때가 왔다”고 했다. 이날도 사퇴하며 “공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물러났지만 현행 공관위 체제는 유지된다. ‘김형오 없는 공관위’가 무사히 닻을 내릴 수 있을까.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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