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유럽 봉쇄 조치는 옹호… 바이든ㆍ샌더스, 트럼프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인 유럽발(發) 입국 중단 조치로 글로벌 공포를 확산시킨 가운데 미국 내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주요 언론과 유력 대선주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질타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고, 보건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도 대응 시스템 미비를 자인하는 혼란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여기에 의료단체들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2일(현지시간) 하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문회에서 “우리에게는 누구나 쉽게 검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규 감염자) 대부분은 이탈리아ㆍ프랑스ㆍ독일에서 왔다”며 유럽 봉쇄 조치는 옹호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유럽은 새로운 중국”이라며 거들었다. 유럽발 유입만 막으면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에 동조한 것이다. 보건당국의 메시지 자체가 혼란을 부추기는 셈이다.
주요 언론과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 비판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델라웨어주(州) 연설에서 “코로나19는 국적ㆍ인종ㆍ성별ㆍ우편번호를 차별하지 않는다”며 “‘외국 바이러스’ 규정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버몬트주 유세에서 “전국민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해 필요한 모두가 무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봉쇄 조치를 ‘대실패’라고 규정했다.
미국병원협회ㆍ간호사협회ㆍ의학협회 등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신속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00억달러(약 47조6,000억) 이상의 재해구호기금이 지원되면 비용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환자 치료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2009년 신종플루(H1N1) 창궐 때 이를 선포한 바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 가팔라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가 1,66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41명에 달했다. 감염자 발생지역도 46개 주(州)로 확대됐다.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들과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이 모두 문을 닫았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대학농구 토너먼트대회 등도 취소됐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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