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WHO 조언 따를 것”
7월로 예정된 2020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쿄로 향하게 될 성화봉송 릴레이가 시작됐다. ‘희망이 우리 여정을 밝혀준다(Hope Light Our Way)’는 성화봉송 슬로건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대회 정상 개최를 고집하는 일본 정부의 ‘마이 웨이’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증폭되는 모습이다.
도쿄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12일(현지시간)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됐다. 관중 없이 진행된 채화 행사를 시작으로 성화는 133일간의 여정을 거쳐 대회 개막일(7월 24일)에 일본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경기장 성화대에 점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적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점화가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IOC에 따르면 성화는 8일의 그리스 여정을 마친 뒤 19일 일본으로 향한다. 20일부터 6일간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현을 찾아 ‘회복의 불꽃’ 기념전시에 먼저 활용되는 성화는 26일부터 개막 예정일까지 121일동안 47개현 859개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1만명이 넘는 성화봉송 주자를 거칠 예정이다.
개최국을 넘어 세계인의 축제로 여겨져 온 올림픽 성화 릴레이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국제사회 시선이 곱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도 아랑곳 않는 일본 정부의 개최 강행 의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이날 사견을 전제로 “텅 빈 경기장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는 1년 미루는 게 나은 대안”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IOC는 일단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일 정상이 전화 회담을 가졌다고 밝히고 “정부로서는 예정대로 대회 개최를 위해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투명성 있는 노력을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1년 연기안’이 현실적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날 “일본 정부 내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을 경우 미국과의 조율을 통해 1년 연기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독일 ARD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WHO의 조언을 따를 것”이라고 전하며 “(대회를 연기하거나 예선 기준을 바꾸는 등)매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나 야구와 유도, 3대3 농구 등 주요 종목의 올림픽 예선 경기가 미뤄진 상태라 예선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인 데다, 각 나라별 입국 제한 조치와 감염 우려 탓에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팀이나 선수들이 평가전 등 실전 경험을 쌓기 어려워 대회의 수준도 크게 떨어질 거란 시각도 많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IOC가 5월 말 또는 6월 초엔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와 연기, 취소 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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