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년 5개월 만에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정부가, 불과 한 달 만인 3월에는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실물경제 곳곳에 악영향을 끼치자, 경기평가 기조를 한 달 만에 180도 바꾼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과 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ㆍ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린북은 통상 정부가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종합 평가를 공식 표명하는 창구로 쓰인다.
정부가 지난달 우리 경제에 대해 ‘개선’과 같은 긍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18년 9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4월호부터 10월호까지 7개월 연속으로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2005년 3월 그린북을 발간한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경제 충격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자 한달 만에 ‘개선’ 표현을 삭제하고 `위축`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다시 썼다.
실제 지난달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코로나19의 여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30.6%, 19.6% 급감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수도 무려 76% 줄었다.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도 1월(-15.7%)에 이어 2월에도 24.6% 감소하며 낙폭을 키웠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96.9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며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
대외 상황도 불안하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증권ㆍ원자재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사태의 대내외 파급영향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범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악영향은 불가피해졌다”며 “다만 경제성장률에 대한 정부 전망 수정치는 기존처럼 하반기 이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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