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에서 최근 원숭이 수백 마리가 ‘패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숭이 도시라고 알려진 태국 롭부리에서 빚어진 이 충돌을 두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객이 줄어들자 먹이가 부족해진 탓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지매체 방콕포스트는 11일(현지 시간) 태국 중부 롭부리에서 사원과 시내를 각각 자기 구역으로 삼고 있는 두 원숭이 무리가 충돌, 수백 마리가 도로 한가운데서 엉켜 싸우면서 교통도 몇 분 동안 중단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사룩 랏따나차이(Sasaluk Rattanachai)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먹이를 줄 관광객이 줄어들자, 굶주린 원숭이들이 롭부리를 습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9일 발표된 태국 관광청(TAT)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44.3%나 줄었다. 중국 관광객은 무려 85.3% 급락하기도 했다. 때문에 주로 구도심의 상징 크메르 사원 인근서 생활하던 원숭이들이 먹이를 찾으러 시내에서 거주하는 원숭이들의 구역을 침범하면서 소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원숭이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일어난 일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때 아닌 수난을 겪는 동물은 원숭이뿐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나라(奈良)현 관광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사슴 공원’의 사슴들이 사람이 들고 있는 과자 봉투를 거칠게 빼앗는 등의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7일 일본 온라인매체 플래시는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이들에게서 먹이를 구하던 사슴들이 사람만 보면 떼 지어 몰려들어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플래시에 따르면 공원에서 과자를 파는 상인은 “사슴들이 평소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며 “사슴들은 항상 상냥히 인사하며 다가가 과자를 달라고 졸랐는데 관광객이 줄어든 지금은 사람에게 몰리는 사슴이 늘었고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다”고 전했다. 나라 사슴 역시 과거에는 신성시됐고, 현대에는 정부의 보호를 받으면서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농가에 침입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건네 주는 먹이에 주로 의존하던 상황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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