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 확진자 잇따라 나오자 선도적 시행
시ㆍ도 지적에 1주일 만에 격리 중단 논란
충남 천안시의 한 노인요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를 선도적으로 시행했다가 시ㆍ도로부터 “주 52시간 근무 원칙을 위반한 비정상적 근무”라는 지적을 받고 일주일 만에 포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북도가 지난 6일부터 임금 지원을 약속해 도내 사회복지시설 566개소가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고 있고, 보건당국도 “지역별로 여건에 맞는 (코호트 격리 등) 적극적인 추가 조치들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했지만 충남에선 오히려 지자체가 시설의 신종 코로나 예방 조치를 무력화한 것이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행시 입소자 안전문제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자체가 시설 운영비용 증대 등을 이유로 대안 없이 격리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역사회의 효과적인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책 가운데 하나가 삐걱거리게 된 것이다.
13일 천안시 호서노인전문요양원에 따르면 호서요양원은 지난달 25일 천안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28일부터 입소자와 직원의 외출을 중단하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입소자 66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직원 48명 가운데 21명이 동참했고 숙식을 위해 400만원을 들여 침대 9개와 이불 19채를 장만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요양보호사들이 앞장서서 힘을 보탰다. 김원천 원장은 시ㆍ도의원을 통해 충남 전역의 요양원에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천안시의 확진환자는 13일 오전 0시 기준 97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호서요양원은 당초 이달 9일까지 계획했던 격리를 3일 풀어야 했다 이날 시ㆍ도로부터 “비정상적 근무형태이고 위법하니 정상화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지자체들은 도의원 등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듣고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요양보호사 1명당 2.5명의 노인을 돌보도록 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호서요양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격리 중단 지시다. 나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실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충청남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도 전역으로 확산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복지부에 문의했으나 (일부 직원이 코호트 격리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인력기준이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서비스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었고, 주 52시간 이상 근무해 근로기준법에 위배될 수 있다”라면서 “경북은 환자가 많으니까 강제로 코호트를 시도한 것이고 다른 지역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위법도 원장의 책임인데 지자체가 입소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니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직원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했고 원치 않는 사람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또 “침구를 충분히 갖췄고 8시간 근무하고 쉬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고 휴게실 등이 갖춰져 있어 수면 공간이 충분히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 배치 기준은 직원을 적정하게 고용하기 위한 기준일뿐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노인 5명에 요양보호사 2명을 배치한 요양원에서 한번에 근무하는 인력은 1명이다. 2교대 근무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휴가 등의 이유로도 근무인원은 계속 변동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사실을 무시한다면 전국 모든 요양원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도내 사회복지시설에 이달 9일부터 22일까지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지시한 경상북도 역시 인력 문제는 있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상북도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중단하는 복지시설 직원이 늘면서 입소자당 종사자가 줄고 있어서 낙상사고 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상 기준은 인력 배치기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노인을 돌보는 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호서요양원은 예방적 코호트 격리기간 요양보호사 근무인력이 30명에서 15명으로 줄었지만 층별로는 1명 줄어서 짧은 기간에는 안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호서요양원은 3년마다 진행되는 건강보험공단의 시설ㆍ서비스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경상북도 역시 사회복지시설에 교대인력이 상주하면 오히려 시간당 투입되는 인력이 평소보다 많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원이 없어서 지자체가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상북도는 재해구호기금을 헐어서 위로비 명목으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1인당 120만~13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나 모든 지역에서 이렇게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상북도마저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로 사회복지시설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실제로 천안시 관계자는 “호서요양원이 잘하는 기관이란 것은 저희도 안다”라면서도 “현안이 심각하더라도 취지만으로 지원할 여건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요양원 901곳이 가입한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요양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임금뿐만 아니라 마스크 등 방호용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중앙회 부장은 “회원기관 가운데 자발적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는 기관은 3곳뿐”이라면서 “경기도도 사회복지시설들에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권고했지만 ‘지원은 나중에 할 수도 있다’는 정도여서 사실상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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