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이 현지 친(親)이란 시아파민병대를 겨냥해 12일(현지시간) 보복공습을 단행했다. 미군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군 등 3명이 사망한 지 하루 만이다. 이라크 내 미군기지 피격과 곧 이은 보복으로 잠시 소강 상태이던 ‘중동 화약고’가 다시 불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이 현지 카타이브 헤즈볼라 측 시설을 겨냥해 정밀공습을 단행했다”면서 “목표물인 무기고 중에는 미군과 동맹군 부대를 공격한 무기 보관시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 등이 전했다. 국방부는 특히 “이번 공습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민병대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이고 비례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의 이 같은 설명은 이날 공습이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에 위치한 타지 미군기지가 전날 피격당한 데 대해 단호한 맞대응에 나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1일 오후 7시 52분쯤(이라크 현지시간) 타지 미군기지에 로켓포 18발이 떨어져 미군 2명과 영국군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전화 통화를 갖고 “이번 공격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군의 보복공습에는 현지 영국군도 동참했다.
이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필요한 조처는 무엇이든 하라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기지에 포격을 가해 미국인들을 죽이고 다치게 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군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며 “어떤 반격이 있을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미군의 보복공습을 받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2009년 미 국무부가 ‘해외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단체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히 연계된 시아파민병대 조직이다. 지난해 12월 이라크 내 미군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 1명이 사망할 당시 공격 주체로 지목된 뒤 미군의 보복공격으로 조직원 25명이 사망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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