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 중인 세 브랜드, 토요타와 혼다 그리고 닛산은 각자의 스타일을 살린 차량을 통해 나름대로의 시장 영역을 확보해왔다. 특히 그들의 주력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중형 세단, 즉 캠리와 어코드 그리고 알티마는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꾸준한 판매를 기록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쟁 이후, 그대로 ‘가장 가까운’ 국가로 나쁜 일도 참으로 많았지만 국가와 국가 관계로 참으로 많은 교류를 펼쳐왔던 일본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여러 일들이 발생했고,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으로 표방된 이들이 이런 갈등에 불을 지피는 일어 벌어졌다.
덕분에 이번 시승의 주인공, 닛산 알티마의 이름을 거론 조차하는 것이 ‘불가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세대’를 맞이한 알티마를 평가할 시간이 돌아왔다.
새로운 알티마는 점점 체격을 키워가고 있는 시장의 경쟁자들에 맞춰 체격을 키웠다.
4,900mm의 전장이 이를 손쉽게 증명하며, 2,825mm의 휠베이스도 이러한 맥락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1,855mm의 전고와 1,445mm의 비교적 낮은 전고는 늘씬하고 길쭉한 중형 세단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참고로 올 뉴 알티마 2.0T의 공차중량은 1,555kg다.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V-모션, 그리고 닛산의 디자인
2000년대가 시작되고 일부 일본 브랜드들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어떤 디자인은 파격적이었지만, 또 어떤 디자인은 ‘대체 무슨 의도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어색함, 그리고 그 이상의 기괴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알티마의 디자인은 ‘어느 정도 정제된’ 그리고 완성도를 높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강인하고 역동성을 강조한다는 그들의 V-모션 디테일을 아예 프론트 엔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주요 포인트로 삼으면서도 기존 알티마 대비 한층 얇게 그려진 헤드라이트와 조화를 이뤄 더욱 스포티하고 세련된 감성을 연출한다.
여기에 볼륨감을 강조하는 프론트 펜더와 스타일을 살린 바디킷을 더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은 ‘마땅한 스포츠카’가 그리 많지 않은 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카 브팬드’의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스포티한 스타일의 프론트 엔드에 이어지는 측면의 실루엣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낮게 그려진 전고와 프론트 엔드부터 유려하게 그려지는 루프 라인, 그리고 도어 패널에 더해진 깔끔한 선의 처리를 통해 시각적인 매력을 더한다. 특히 C 필러의 경우에는 맥시마와 같은 플루팅 루프 디테일을 더해 시각적인 매력을 과시한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날렵하게 다듬어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물론이고, 립 타입으로 장착된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바디 컬러와 같은 색상을 활용한 리어 디퓨저 등을 통해 시각적인 감성을 연출한다. 여기에 듀얼 타입의 머플러 또한 닛산의 ‘스포츠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살렸다.
보수적이지만 깔끔한 공간
새로운 알티마의 실내 공간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단조로운 모습이지만 깔끔한 모습이다.
기존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완전히 탈피하고, 깔끔하고 균형감이 돋보이는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를 구현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우드 패널은 ‘최신의 트렌드’에 비해 조금 고루해 보인다.
여기에 두 개의 아날로그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조합한 계기판과 깔끔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스티어링 휠의 조합 등이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그리고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중형 세단의 감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 상단에 팝업 타입으로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안드로이드 스타일의 UI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이고,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성을 개선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패널 및 인포테인먼트의 하드웨어 스펙이 다소 낮은 것인지 조작 반응 및 패널의 밝기 등에 있어 아쉬움이 느껴졌다.
늘어난 전장과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의 여유는 한층 돋보인다. 닛산의 전통처럼 느껴지는 낮은 높이를 자랑하는 시트는 체형에 구애 받지 않은 여유로움을 제시한다. 고급스러움은 다소 아쉽지만 시트의 질감이나 마감 부분에서도 준수해 대중적인, 그리고 보편적인 중형 세단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어지는 2열 공간도 나쁘지 않다. 전고가 낮은 편이라 헤드룸이 다소 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레그룸이나 시트의 형태, 쿠션감 등도 충분하기 때문에 패밀리 세단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2열이 독립 공조가 아닌 점과 도어 트림의 디테일이나 질감이 다소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한편 새로운 알티마는 436L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깔끔하면서도 간결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렁크 상단에 자리한 작은 트리거를 당겨, 손쉽게 2열 시트를 폴딩할 수 있도록 한 센스가 돋보인다. 다만 트렁크 내부, 특히 상단 부분은 마감되지 않고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관리 시 유의가 필요하다.
닛산의 새로운 시작, VC 터보 엔진
닛산 올 뉴 알티마의 보닛 아래에는 닛산이 새롭게 선보인 가변 압축비 기술을 적용한 VC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상황에 따라 압축비를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어 출력과 효율성의 공존을 이뤄낸 엔진이다. 실제 올 뉴 알티마는 2.0L의 배기량에 VC 터보 시스템을 통해 252마력과 38.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이와 함께 자트코 사의 엑스트로닉 CVT를 조합해 우수한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복합 기준 12.2km/L라는 뛰어난 효율성을 확보했다.(도심 10.8km/L 고속 14.6km/L)
다루기 좋은, 그리고 잘 달리는 새로운 알티마
닛산 알티마의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기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가장 먼저 낮은 시트 포지션을 확인할 수 있다.
중형 세단, 그것도 보편적인 세단치고는 상당히 낮은 시트 포지션은 닛산의 전통적인 모습이자, 또 ‘스포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캡-포워드 스타일의 실루엣이 더해지며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직렬 4기통 2.0L VC 터보 엔진은 시동 순간에는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곧바로 정숙한 모습이다. 차량 외부에서는 엔진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편이지만 적어도 실내 공간에서는 정숙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252마력, 그리고 동급에서는 제법 우수한 38.7kg.m의 토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매끄럽고 기민하게 가속하는 느낌이 돋보이며, 상당한 무게감을 제시했던 기존의 알티마 대비 한층 가볍고 경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주행의 첫 인상이 상당히 세련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와 함께 추월 가속이나 고속 주행에 있어서도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엔진의 성능도 출중하며 최적의 RP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CVT의 존재감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거의 CVT라고 한다면 사실 스포티한 감성에서는 많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는데 ‘맥시마’ 그리고 이번의 새로운 알티마는 이를 완전히 타파할 수 있는 느낌이다.
실제 주행을 하는 상황에서 변속기에 대한 스트레스나 혹은 CVT의 존재감으로 인한 주행 재미의 저하는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뿐 아니라,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부분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만 D 기어와 L 기어가 일직선에 위치한다. 그래서 D 기어를 선택하고 싶어도 자칫 L 기어를 선택하게 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차량의 움직임은 발진 상황에서 느낀, ‘조금 더 가볍고 세련된 닛산’의 품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티어링 휠에 대한 무게감에 있어서도 부담이 없고, 그에 맞춰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도 상당히 매끄러운 모습이다. 덕분에 새로운 알티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행을 펼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도 이전의 무게감에 비한다면 한층 가볍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중적인’ 알티마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주행 템포를 끌어 올리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주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닛산 인텔리전트, 즉 다양한 안전 사양의 도입도 눈길을 끈다.
후방 카메라나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의 화질은다소 아쉽지만 차선 이탈 방지, 유지, 사각지대 경고 등의 다양한 안전 기능 등이 더해진 점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합리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수입 중형 세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점:
개선된 디자인, 공간, 주행 성능 그리고 VC 터보의 효율성
아쉬운점: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V-모션, 그리고 빈약한 화려함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존재, 닛산 알티마
새로운 알티마는 여전했다. 화려한 멋, 그리고 풍부한 기능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기본기나 주행 성능, 그리고 효율성 등에 있어 군더더기 없는, 그리고 나아가 매력적인 모습을 제시하며 ‘기본기 좋은 닛산’의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쩌면 국내 소비자들이 ‘화려함’에 취해 알티마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할지 몰라도 닛산 알티마는 여전히,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기본기’의 가치를 묵묵히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 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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