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제8차 ICT규제샌드박스, 과제 7건 처리
오늘 잡은 싱싱한 활어회까지 앱으로 쉽게 주문ㆍ배송이 가능한 지금도 직접 매장에 가야만 살 수 있는 품목이 있다. 술이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모든 주류의 판매는 대면판매만 허용되며, 주류의 통신판매는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미성년자 판매를 막고 주류 유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달부터는 정부의 ‘적극 행정’ 덕분에 최소한 주류 주문 및 결제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앱으로 미리 술을 주문해놓고 매장에 방문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한 뒤 수령만 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나우버스킹’이 신청한 주류 온라인 주문ㆍ결제 서비스를 비롯한 7건을 심의했다. 7건 중 3건은 적극행정 처리가, 4건은 임시허가 및 실증특례가 허용됐다.
심의위원회는 주류 온라인 주문ㆍ결제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의 편익이 높아진다고 봤다. 원래대로면 ‘실증특례’ 대상이지만, 마침 국세청에서 4월까지 ‘스마트 오더’ 방식의 주류 통신판매를 허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규제의 모호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과기정통부 측은 “주류 매장의 주문 및 대기 시간이 감소하고, 공간 관리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고객별 주문 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매장 운영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잇달아 ‘숨통’
이날 안건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항목이 3개나 포함됐다. 먼저 LG전자가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추진하는 홈케어 서비스의 경우, 심혈관 질환자가 착용한 손목밴드ㆍ패치형 심전도 측정기가 데이터를 수집해 이상이 발생할 경우 담당 병원 코디네이터가 내원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LG전자가 에임메드와 함께 준비하는 서비스의 경우,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 생체정보 측정 기기를 부착해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비의료기관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과기부는 두 안건 모두 ‘적극행정’ 처리를 했다. 전자의 경우 심전도 측정기가 의료법상 의료기기에 해당함을 확인했고,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유권해석에 따라 의료인의 관리 감독을 받는 비의료인이 내원 안내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후자의 경우에도 보건복지부에서 지난해 5월 마련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행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전파 기반 센서로 심박수, 호흡수 등 생체신호를 감지해 위급상황 발생 시 이를 알려주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실증특례가 부여됐다. 현행 전파법에 따라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무선기기는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전례가 없었던 만큼 적용 가능 주파수나 인증 기준이 없어 실증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과기부는 이 서비스가 독거노인 등을 위한 인명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과기부 측은 “전파 혼ㆍ간섭 최소화 위에 관련 부처와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안전성을 검증한 뒤 실증 추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건을 뒀다.
◇기존 전례 있는 항목들은 빠르게 ‘심사 통과’
기존에 임시허가를 받은 내용과 비슷한 서비스를 신청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빠르게 논의가 이뤄졌다. KT가 신청한 ‘민간기관 고지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등이 신청한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와 비슷한 내용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 등 같은 조건 하에서 임시허가가 부여됐다. 삼성전자가 한국정보인증과 함께 신청한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임시허가를 받은 만큼 이견 없이 임시허가가 부여됐다.
이번 회의를 통해 새롭게 시행되는 서비스도 있다. 로이쿠가 신청한 ‘시간 정액운임제 택시(관광택시)’ 서비스의 경우, 기사들이 서로의 사업 구역을 침범할 수 없는 지금과 달리 여러 행정 구역에 걸쳐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전남 여수시와 강원 양양군을 대상으로 우선 실증을 시작한 뒤, 국토교통부 및 과기정통부, 지자체 등과 협의를 통해 적용 지역을 늘려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규제샌드박스 시행 1년… 84.6% 처리
지난해 1월 17일 첫 발을 뗀 과기정통부의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이날 8번째 회의에 이르기까지 총 143건의 과제를 접수 받았으며, 이 중 121건이 처리됐다. 지난해까지 임시허가 또는 실증특례를 받았던 40건의 과제 중 현재까지 21건이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고, 나머지 19개도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1월 첫 번째로 신청됐으나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과제도 있다. 블록체인 해외송금 서비스 ‘모인’의 경우 각 정부부처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지난해부터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신청했지만 여전히 이해관계자 갈등으로 지연 중인 과제들에 대해서도 올해 활발히 논의해 미해결 과제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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