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 칼럼] 의원후보 면면에서 미래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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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칼럼] 의원후보 면면에서 미래가 보이시나요

입력
2020.03.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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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국회마다 다수 차지하는 판검사 출신

직업상 과거•현재지향적일 수 밖에 없어

21대엔 미래지향적 의원이 많아지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경. 홍인기 기자

4년전 치러졌던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법조인 출신은 모두 49명이었다. 전체 의석(300명)의 약 6분1을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들이 차지했다. 이후 재보선 당선자까지 합치면 법조인 출신은 더 늘어난다. 19대 국회도 비슷했다. 총선을 통해 42명의 법조인 출신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국회의원들의 출신직업 군을 편의상 교수, 관료, 기업인, 언론인 식으로 크게 분류해보면 법조인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이전엔 더 심해서 18대 총선에선 무려 59명의 전직 법조인들이 금배지를 달았고, 17대에도 54명이나 당선됐다.

순수 변호사 출신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지만, 판사 검사 출신은 여전히 다수다. 20대 총선 관문을 뚫은 법조인 출신 중 전직 판사(10명), 검사(15명)는 25명이나 됐다. 19대 총선 때도 24명(검사 15명, 판사 9명)의 선량이 탄생했다.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너무 많다는 건 아주 오래된 현상이다. 군사독재 시절엔 육사와 법조출신 의원이 너무 많다고 해서 ‘육법당’이란 비아냥까지 있었고, 이후에도 정치검사 정치판사 법조카르텔 등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검찰권력, 사법권력을 누릴 만큼 누렸던 이들이 결국엔 더 큰 권력, 즉 정치권력으로 자연스럽게 향하던 시대였다.

민주화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전됐고 검찰중립과 사법부독립도 상당 정도 신장된 지금, 과거의 잣대로 판사 검사 출신들의 여의도행을 비난할 수는 없다. 법복을 벗고 국회의원에 도전한다고 해서 정치검사, 정치판사라고 싸잡아 욕해선 안 된다. 어쨌든 판사 검사는 우리 사회의 최상위 엘리트그룹이다. 기본적으로 공직자인 만큼 애국심과 사명감, 정의관, 공익의식은 지니고 있다. ‘국회의원은 이러이러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판사 검사 출신이라면 다른 어떤 직업출신보다도 ‘괜찮은 국회의원 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라는 게 있다. 과연 판사 검사 출신이 20명, 30명씩 국회에 입성하는 게 이 시대에 정말로 바람직한 모습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법은 절대로 사회변화에 선행할 수 없다. 미래에 일어날 상황까지 예상해 법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급변하는 사회일수록 법은 항상 ‘늑장’이 된다. 모든 문제를 현행 법의 위반여부로 판단하는 판사와 검사 역시 미래지향적이긴 힘들며, 사회변화에 항상 한 템포에 늦기 마련이다.

판사 검사는 기본적으로 ‘과거’와 싸우고 ‘현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검사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범법행위를 예상해 ‘잠재적 범인’을 잡지는 않는다. 모든 수사와 기소는 이미 벌어진, 즉 과거의 사실을 대상으로 한다. 판사도 과거의 범죄 사실을 현재의 법률로 판단하지, 결코 법에 없는 미래까지 상정해 판결하지는 않는다. 판사 검사 출신이 정의롭고 우수하며 헌신적일 수는 있지만, 미래지향적일 확률은 매우 낮다.

청와대 정부 검찰 그리고 국회까지, 온통 과거와의 싸움뿐이다. 국민들은 이 ‘과거와의 전쟁’에 깊은 피로감을 느낀다. 세상은 감당할 없을 만큼 빠르게 달려가는 데, 그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캄캄한데, 대체 언제까지 과거를 놓고 싸워야 하는지 국민들은 신물이 난다고 한다. 탄핵과 정권교체의 파란만장한 4년을 보낸 20대 국회이지만, 여야 막론하고 과거를 놓고 싸울 때의 열정과 격렬함을 10분의1 만큼이라도 미래를 위한 토론과 고민에 쏟은 적이 있었는지, 인공지능 자율주행 첨단의료 핀테크에 얼마나 전향적 의견과 법안을 냈는지 묻고 싶다.

21대 총선에도 많은 판사 검사출신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몇 명이 당선될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미래를 고민하는 의원, 전문성 있는 의원들이 지금보다는 많아졌으면 한다. 보아하니 20대보다 더 한 난장판 국회가 될 공산이 크지만, 그래도 미래지향적 의원들이 좀 많아지면 작은 결실이라도 생길 것이란 희망이라도 갖고 싶다.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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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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