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12일 국내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쑥대밭이 됐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끝으로 사라진 ‘사이드카(거래 일시 정지)’가 8년 반 만에 소환됐고 연일 강도를 더해가는 외국인 투매에 장중 1,800선까지 위협받았다. 세계경제 중심지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어, 당분간 공포 장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최악… 쏟아진 공포 기록들
12일 코스피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공포에 전날보다 3.87% 급락한 1,834.33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5년 8월 24일(1,829.81)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낙폭은 지난 9일(-4.19%)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컸다.
코스피 시장에선 장중 낙폭 5%대를 기록하면서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10월 4일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9,000억원 가까운 ‘순매도 폭탄’을 던졌다. 지난 5일부터 6개일 연속 ‘팔자’ 행진 중인 외국은 이 기간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코스피ㆍ코스닥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61조1,750억원에 달한다. 다만 12일 5,375억원을 사들인 개인은 같은 기간 4조3,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는 다른 ‘사자’ 행보를 이어갔다.
◇환율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공포가 지배 중”
팬데믹 공포에 휩싸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무너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쳐지며 전날보다 4.41% 폭락한 1만8,559.63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225 종가 1만9,000선이 붕괴된 건 2017년 4월 이후 약 2년 11개월 만이다. 세계 증시 급락에도 나 홀로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증시도 이날은 상하이종합지수가 1.52% 하락하며 웃지 못했다. 홍콩과 대만 증시도 3~4%대 폭락 장세로 마감했다.
증시가 패닉에 싸이며 불안하자 투자자금은 안전자산에 몰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5원 급등한 1,206.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0일 1,200선 아래로 내려온 지 이틀 만에 다시 상승했다. 지난해 8월 5일(17.3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미국 정부의 부양정책에 대한 실망감에 증시가 무너지면서 외환시장에 몰린 투자자들이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급속화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공포심리가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투자 심리 변화에 따른 시장의 급등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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