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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타면자건…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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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타면자건…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겠다”

입력
2020.03.13 04:30
수정
2020.03.13 10: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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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키워드는 20대 국회 심판”

“중진과 공부 모임 만들어 정쟁 끝내고 싶어”

“문재인 정부 남은 과제는 경제”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다가오는 21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다가오는 21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겸손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겠다. ‘총선용 사면’이라는 비판도 제가 받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4ㆍ15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에 출마하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12일 한국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지사는 2011년 ‘박연차 게이트’로 유죄를 선고 받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지난해 말 특별사면ㆍ복권됐다. ‘겸손하겠다’는 말은 자신의 출마를 향한 비판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강원 태생인 이 전 지사에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강원을 맡아 달라’고 했지만, 그의 시선은 ‘총선 이후’를 바라보는 듯 했다. 정치 현안을 물을 때면 눈빛이 달라졌다. “정쟁을 끝내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과제를 묻자 “적폐 청산을 마무리하고 경제와 미래를 준비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친문재인계와 달리, ‘진보적 실용주의자’로의 관점을 뚜렷이 나타낸 것이다. 이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본보와 첫 인터뷰를 가진 그는 “원주를 원대한 꿈의 주인공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벽면에 강원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교역의 미래 구상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다. 오대근 기자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벽면에 강원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교역의 미래 구상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다. 오대근 기자

-총선용 사면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많다.

“타면자건(唾面自乾)하겠다. 제 얼굴에 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겠다. 겸손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래서 전략공천 해준다는 당의 제안을 마다하고 지역에서 경선을 치렀다. 10년만에 정치판에 들어와 보니 두렵다.”

-총선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나.

“제가 과연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저 같은 86세대(1980년대 학번ㆍ1960년대생)의 역할은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까지인 것 같다. 86세대는 이제 중도와 통합해야 한다. 그 대전환을 꿰어내고 우리 역할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강원에 여전히 ‘이광재 효과’가 있다고 보나.

“‘언제적 이광재냐’는 분들도 있다. 저는 정치인 중 최장수 미(未)사면자였다. 9년을 쉬었다. 저를 통해 강원의 못다한 꿈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도 지역에 있다(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 전 지사는 ‘박연차 게이트’로 약 6개월만에 물러났다).”

-이번 총선의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국민은 코로나 사태를 보며 여야 중 누가 더 믿음직스러웠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코로나 국면 초기엔 신천지 사태와 마스크 대란 때문에 여당에 불리했지만, 야당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다 지켜보고 있다. 국민은 또한 국회가 제발 그만 싸우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 3년차에 실시되는 선거인데, 정권 심판론의 위력이 크지 않을까.

“지금 민심은 정권 심판론보다 ‘20대 국회 심판론’에 가깝다. 국회가 지난 1년간 놀지 않았나. 선거에서 의원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유승민,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등을 잃게 돼 아쉽다.”

지난달 2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광재 강원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이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광재 강원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이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우리는 단식 게임을 하자고 했는데 상대 측에서 선수 두 명(미래통합당ㆍ미래한국당)이 코트에 올라온 셈이니 불가피하다. 다만 ‘대기업’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골목 상권’(선거제 개혁 취지상 소수정당 몫인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의 본래 취지에 맞게 골목상권을 지켜 줘야 한다. 외부의 비례연합정당과 연대하되,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아주 후순위로 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과제는.

“정권 임기가 2년 반을 지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새출발 한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적폐 청산’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고 본다. 이제는 경제와 미래 분야를 새로 설계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좋겠다. 선거제 개혁에 따라 총선 이후 연정과 협치가 불가피한 현실이 될 것이다. 냇물도 바다와 만나는 곳에 물고기가 제일 많듯, 여야 모두와 협력해야 한다.”

-지난해 ‘조국 정국’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 팬덤을 비롯한 여권 강성 그룹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 아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유용한 도구지만, 정치인은 SNS를 너무 가까이 하면 안 된다. 이집트 혁명을 보면, SNS는 무언가를 무너뜨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공론을 모으는 데는 취약하다. 짧은 문장 안에 자기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표현이 격해지고, 사람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많은 공간이다. 정치인은 SNS를 하기 전에 동료 정치인, 특히 상대 당 정치인들과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이달 2일 강원 춘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 원주갑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이달 2일 강원 춘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 원주갑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민주당의 차기 잠룡은 누구인가?

“우선 이낙연 전 총리가 있다. 대구에서 고군분투하는 김부겸, 부산의 김영춘, 경남의 김두관 의원 등 권역별로 서서히 등장하는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도 있다.”

-본인은 아닌가?

“저의 관심은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협력으로 나가는 데 아교(阿膠)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있다. 21대 국회에 들어가게 된다면 대선 주자급 중진 의원들을 모아 공부모임을 하고 싶다. 산업화와 민주화 다음에 어디로 갈 지를 공부하자는 것이다.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강원 선거에서 몇 석이 목표인가?

“강원은 민주당에 굉장히 어려운 지역이다. 20대 총선 때는 8개 의석 가운데 1석을 얻었고, 19대 총선 때는 1석도 얻지 못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쟁하는 운동장’ 정도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중이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소감은?

“원주를 원대한 꿈의 주인공이 되는 미래 도시로 만들겠다. 전국의 말라 비틀어져가는 지방 도시에 새로운 희망 모델로 만들겠다. 무엇보다 겸손하겠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뛰겠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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