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수억원이 오가는 아파트 분양 과정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거래가 시도되고 있다. 청약 당첨자가 서류 제출은 물론, 계약까지 우편으로 접수해야 하는 곳까지 생기는 추세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한 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전례 없는 반응인 셈이다.
◇“견본주택 방문 접수 아예 불가”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짓는 대구 ‘청라힐스자이’ 청약 당첨자는 18일까지 빠른 등기우편으로 자격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계약 서류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수해야 한다.
견본주택 방문 접수는 아예 받지 않는다. 청라힐스자이는 특별공급을 포함해 총 656가구가 공급됐으며, 지난 3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 5만5,710명이 신청해 평균 14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업계에서 이 같은 비대면 계약은 극히 이례적이다. 통상 청약 당첨자가 견본주택을 방문해 대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장기간 머물 수밖에 없어, 요즘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GS건설에서 먼저 우편 접수 방식을 제안했다”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청라힐스자이 입주자모집공고 변경안을 지난 10일 승인했다”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계약을 진행해도 법적 문제는 없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청약 당첨자의 계약방식에 관한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견본주택 방역을 철저하게 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은 있으나, 비대면 계약을 권고한 적은 없다”며 “사업주체가 계약 방식을 적절히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르는 언택트 분양
다른 건설사도 잇따라 언택트 거래를 시도 중이다. 쌍용건설은 20일부터 8일간 경기 수원시 ‘쌍용 더 플래티넘 오목천역’ 당첨자 자격확인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받는다.
대우건설도 지난 10일까지 수원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당첨자 서류를 우편으로 접수했다. 다만 이들은 분양 계약만은 견본주택에서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두 건설사 관계자는 “그래도 입장시간을 지정해 당첨자 쏠림을 제한하는 등 대면접촉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언택트 거래를 고려하는 건설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는 지난 9일부터 마곡지구9단지 962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를 받고 있다. 당첨자 자격확인 서류 제출기간은 30일부터 사흘이며, 계약 체결은 6월이다.
모두 서울 강남구 SH공사 사옥에서 대면 접수할 계획이나,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연장된다면 비대면 계약도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첨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등기우편이 건설사에서 지정한 기간 내에 도착해야만 접수가 인정된다. 이 기간을 넘기면 계약 포기로 간주된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등기우편 영수증도 보관해야 한다.
또 당첨자가 제출한 자격확인 서류가 부적격 판정으로 통보된 경우, 최소 일주일 안에 이를 소명해야 한다. 부적격으로 청약 당첨이 취소되면, 최대 1년간 주택 분양 자격을 잃게 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