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납세자로 노원 명예세무서장에 위촉된 전기공사업계의 큰손
-“바람을 직접 맞는 경험으로 고객에게 밀려올 태풍을 예방하라”
-창업초기 겪은 경영난, ‘상도’와 ‘편지’의 더불어 살기로 극복해

[혁신기업 혁신인물] 건강한 국가, 건강한 사회의 조건은 무엇인가? 1월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온 나라가 순식간에 병란(病亂)에 빠짐으로써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건강은 인체를 위한 병리 의학적 과제만이 아니다.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회사나 상점도 건강해야 한다. 생존활동에 필수불가결한 각종 재화와 서비스가 이들을 통해 생산 공급되기 때문. 이번 코로나19는 마스크 대란(大亂)과 함께 기업경영도 건강해야 한다는 과제까지 던져준 상태다.
국세청은 3월3일 납세자의 날을 통해 ‘건강 세무경영자’를 명예세무서장으로 임명했다. 서울 노원세무서의 수림전력(주) 민병삼 회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혁신1 : 가장 모범적인 납세자가 되라
1년 임기의 명예 세무서장이란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글자 그대로 명예직이라 여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국세청의 시각은 다르다.
납세는 국민의 기본의무이자 건강한 국가 구성체의 핵심이기에 행정직 세무서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막강한 자리’라는 설명이다. 악덕 탈세자가 신문 사회면을 크게 장식하는 것만큼이나 명예세무서장과 같은 모범납세자도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돼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예년과 같으면 명예세무서장 임명식 자리는 축하 박수소리로 제법 시끌법적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국가적 행사인 ‘세정 홍보대사’ 출범식이기 때문.
대부분 관내 최고의 모범납세자, 그래서 지역을 대표하는 덕망 있는 사업가가 그 지역 명예세무서장으로 임명되는 관례에 따라 가족과 친지는 물론 해당 세무서 직원들과 지역 경제인들이 모여 한껏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2020년의 경우는 달랐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조촐했다. 그곳에서 명예 노원세무서장에 임명된 민병삼 회장을 만났다.
“세금은 국민 모두의 생활비입니다. 많이 벌어 많이 낼수록 애국이지요. 하지만 형평의 원칙에 충실해 조세저항을 극복하는 것이 국가의 과제입니다. 세수 증대도 좋지만 세금 불만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지역 납세자들과 세무서가 서로 문제점 개선에 공감할 수 있는 간담회 자리를 자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민병삼 명예세무서장의 취임 소감이다. 그는 납세자의 날 제정이 납세정신의 계몽과 세수누락 방지에 있는 만큼, 많은 법인세를 내야하는 기업인들과 세무서 사이의 가교역할에 충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혁신2 : 속세와의 인연을 멀리 하라
올해 63세인 민병삼 명예세무서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인 롯데제과에 입사해 1991년까지 착실히 근무해온 샐러리맨 출신이다. 그가 창업에 나선 것은 전기공사업을 하던 형님과 서울시 지방공무원으로 있던 친구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말이 창업이지 사업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형님의 실무 경험과 친구의 조언이 힘이 되긴 했지만, 사업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자신감 하나만 갖고 뛰어든 ‘무모한 도전’임을 이내 깨달아야 했다.
“적자 운영으로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직원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는 사장이 되지 말자. 세금 감면혜택이나 금융지원 정보를 찾아다니는 그 지루한 시간에 더 열심히 일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떳떳한 가장과 사장이 되자.”
그렇게 결심했지만, “한 달에 한 번, 1년 365일 중 12일에 불과한 직원 급여일이 왜 이렇게 자주 오는가?”로 괴로워하던 어느 날, 그는 이를 악물었다.
돈이 없으면 사람 구실도 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냉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자녀, 1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생계가 오직 자신의 어깨에 달렸음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전화번호를 바꾼 것이다.
이후 속세(?)와의 연락은 두절이었다. 오직 사업 관련자들에게만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친한 친구들마저 사업에 성공한 후에나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살기 위해 택한 극약 처방이었다.
이후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가 벌어졌다. 창업 아이템인 전기공사업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대들었다. 그 결과 소방시설, 정보통신 공사업이 추가됐다.

◇혁신3 : 바람을 감지하는 능력을 키워라
현재 수림전력(주) 임직원은 30여명이다. 시설공사업의 특성상 외부 인력과의 협업이 많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8년 전 창업당시 선발한 직원 3명은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자신의 몫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이용할 줄 알아야지요. 기업이 알아서 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스스로의 밭을 갈아 생산해낸 것만이 자신의 것입니다.”
민병삼 회장의 인재관리 지론이다. 여기서 그의 경영철학이 나왔다. 바로 “기업은 바람과 같다”는 것. 창업초기 거친 비바람을 맞아본 때문일까? 성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연락마저 끊어야 했기에 예측 가능한 경영관리가 절실했다.
“바람의 감지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지요.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바람의 세기는 어떤지 몸으로 느낄 수 없다면 사장도 직원도 기업운영에 부적절한 사람입니다. 거대한 폭풍우가 몰려오기 전에 바람은 미리 힌트를 줍니다. 그 같은 예측이 고객에 대한 봉사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람’은 경영환경 변화의 예고편이다. 미리 준비하라는 신호다. 바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무감각하다면, 더운 바람에 피부가 타버릴 것이고, 차가운 바람에 동상이 걸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경영성과는 예측과 대응, 변화에 대한 적응의 산물이라는 것이 민병삼 회장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할까?
그는 작업 현장에, 또는 영업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혀봐야 안다고 단언한다. 말로만 듣고는 예측할 수 없거나 오판을 하게 된다. 그 어떤 선진이론이나 그 어떤 첨단기술보다도 정확한 것은 현장경험이라고 강조하는 민병삼 회장!
그 같은 임직원들의 경험이 ‘안전시공’이 되어 고객만족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그를 모범납세자로 만들고 명예세무서장이라는 감투를 씌워준 것은 서울국세청장이 아닌, 바로 고객이라고 설명이다.
◇혁신4 : 보고 읽고 경험하라
대부분의 성공자는 성공으로 가는 이정표를 갖고 있다. 창업 실패자였던 민병삼 회장에게도 인생 여정을 변화시킨 3대 요인이 있었으니 ▷미국 서부여행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 그리고 ▷어니언스의 노래이자 그의 애창곡인 <편지>였다.
미국여행은 1996년에 이루어졌다. 난생 두 번째 해외여행이지만, LA와 라스베이거스, 후버댐과 그랜드캐니언을 보고 너무 임팩트가 큰 나머지 한동안 말을 잊을 정도였다. 그때 그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너는 과연 누구냐! 누구란 말이냐? 그는 그 질문을 아직도 가슴 속에 간직하며 산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는 인간이 사막이라는 모래밭에 피운 아름다운 꽃송이였다. 후버댐은 인간이 그 어떤 역경이나 고난, 고통, 난관도 이겨낼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을 입증시킨 장엄한 대서사시였다. 경제적 가치창조의 모델이었다.
또한 그랜드캐니언은 인간을 뛰어넘는 신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인간이 유능해 바벨탑을 쌓는다 해도 교만을 부리거나 절제되지 않는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한 ‘신의 가르침’이었다. 그곳에 서서 그는 옷깃을 다시 여밀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초에 읽은 소설 <상도>는 기업인이 돈을 어떻게 벌고, 또한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병삼 명예세무서장’의 교과서로 읽히고 있다.
주인공인 임상옥으로부터 그는 계영배(戒盈杯)의 진리를 배웠다. ‘가득 채움을 경계하는 술잔’이다. 술잔을 가득 채우면 과음으로 몸이 상하기 때문에 7부 이상은 담지 말라는 뜻으로 과욕을 경계하는 도구로 지칭된다.
그래서 조선의 거상 임상옥은 장사로 번 돈을 사회로 돌리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민병삼 회장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材上平如水 人中直似衡)”라는 임상옥의 말로 ‘더불어 살기’를 자주 설명하고 있다.
“물과 같이 평등한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 투철 ‘민병삼 노원 명예세무서장’에 국무총리 등 정부표창 잇달아

수림전력(주)(서울 노원구) 민병삼 회장은 7080세대 노래 중 <편지>를 좋아한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골 중학생 시절,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에게 성큼 다가온 것은 노래의 첫 구절이었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그 유행가 가사가 60줄 나이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가슴에 간직해온 삶의 지표가 되어 있다. 그 때문에 “주려면 말없이 건네주어야 한다”는 행동윤리가 생겼다.
지금까지 그렇게 베푼 선행은 수없이 많다. 그 결과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 등 여러 곳에서 감사장과 표창장을 많이 받긴 했지만, “내가 이렇게 했다”고 밝혀서 받은 적이 없다. 세법상 법인의 손비처리 과정에서 드러나 알려진 것뿐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에게는 수림전력(주)가 국가에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오픈하고 있다.
총무직원이 펼치는 표창장 파일을 보면, 전력산업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 지식경제부장관 표창, 서울시장 표창 등으로 가득하다. 각계각층으로부터 받은 감사장 역시 스크랩북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민병삼 회장은 현재 한국경영학회(회장 동국대 이영면 교수)의 산업계 이사로서 학회 연구활동도 활발하다. 2016년까지 10년 동안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그 결과 그에 대한 전기업계의 평판은 ‘사업자들의 본보기’라 지칭할 정도로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후배 사업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후문.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을 뿐만 아니라 독거노인 돕기, 고아원 성금마련, 장학금 지원 등의 사회봉사에 앞장서왔다고 한다. 또한 전기공사협회의 각종 사업추진과 업계 전문지 전기신문사의 감사로서 협회소속 회원사들을 위한 대외 홍보에도 크게 기여해왔다는 설명이다.
유승철 뷰티한국 편집위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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