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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ㆍ미국의 유럽 봉쇄... 지구촌‘더블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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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ㆍ미국의 유럽 봉쇄... 지구촌‘더블 쇼크’

입력
2020.03.12 19:00
수정
2020.03.12 23: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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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發 입국 금지… 미국인 모든 해외여행 재고 요청

WHO, 팬데믹 선언… 세계증시 폭락,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로 유럽을 지목하며 30일간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한국에 대해선 상황 개선을 평가하며 현행 여행규제 조치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여행경보 3단계(여행 재고)를 발령하며 모든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뒤늦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향후 30일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을 중단할 것”이라며 “13일 0시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영국은 대상에서 제외됐고, 적절한 검사를 거친 미국인은 면제된다. 국토안보부는 “솅겐조약에 가입한 유럽 26개국에 14일 이내 체류한 외국인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인의 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면서 “양국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한과 경고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4단계 여행 금지) 외 한국 전역에 내려진 미 국무부의 여행경보 3단계(여행 재고)의 완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로나19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봉쇄에 전격 나선 건 미국 내 급격한 확산과 비판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내 확진자는 이날 1,2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37명이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州)도 23곳으로 늘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전 세계 확진자가 12만명에 육박하자 팬데믹을 선언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글로벌 경제 활동이 국가 간 빗장걸기로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연설에서 “우리가 금지하는 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것”이라며 화물과 무역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후 트윗에선 “물품이 아니라 사람을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립여행관광청에 따르면 미국을 찾는 서유럽 관광객은 연간 1,400만명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항공산업뿐 아니라 유럽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납세 유예, 중소기업 저금리 대출, 유급 병가 등을 거론했지만, 뾰족한 경제 대책이 없자 국경 봉쇄를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를 맞아 국수주의적 애국심에 호소함으로써 국가 간 갈등과 글로벌 경제의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2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EU는 일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여행금지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위기로 일방적 조치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주재 유럽 외교관들은 이번 조치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해 당혹해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미-유럽 간 통행 제한 충격에 아시아ㆍ유럽 증시는 12일 다시 한번 급락했다. 코스피는 8년 5개월만에 장중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음에도 전날보다 3.87%(73.94포인트) 하락한 1,834.33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5년 8월 24일(1,829.81) 이후 약 4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팬데믹 공포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전 거래일보다 4.41% 폭락한 1만8,559.6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5원 오른 1,206.5원에 종료했다. 독일ㆍ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5%대 폭락장세로 출발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개장 5분 만에 7%대 폭락세를 보이며 15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3일 만에 또 발동됐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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