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방역 위기 ‘3대 변수’... 최초 감염원 감감ㆍ지하철 등 접촉자 추적도 난감
“확진환자가 많고 동선도 상당해 지역 확산이 우려된다.”(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서울 구로구 콜센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 파장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최초 감염원을 포함해 감염경로는 안갯속이고 100명을 넘긴 확진자들은 유증상 상태에서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며 대형마트ㆍ카페ㆍ교회 등 다중이용시설에 들렀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중심 발생지여서 감염원ㆍ경로를 특정할 수 있었던 대구ㆍ경북 사태와 달리 언제, 어디서 집단감염이 쏟아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감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최초 감염원 파악 △층간감염 확인 △다중이용시설 접촉자 추적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2일까지 확진자 109명(오후 5시 기준)이 확인된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의 집단감염이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도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8일 확진된 첫 환자(56ㆍ여)의 감염경로만 해도 물음표에 둘러싸여 있다.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물론, 대구ㆍ경북을 방문한 적이 없다. 집단감염을 이끈 신천지 교인도 아니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다만 그에게서 증상이 나타난 시점(4일) 전에 이미 같은 회사 다른 직원들이 2월 말부터 인후통을 겪었다는 걸 고려하면 첫 확진자 역시 직장 내 누군가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당국은 확진자의 발병일을 따지면 최초 감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초 감염원을 특정해도 그의 감염경로 파악엔 또 다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종원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는 시작됐다”며 “구로구 콜센터의 최초 감염원과 감염경로 파악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국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원인 모를 집단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한 층간 감염도 수도권 내 대규모 집단감염의 불씨를 키우는 부분이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콜센터는 코리아빌딩 7~9층, 11층에 위치해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11층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이날 코리아빌딩 9층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직원 A씨(26ㆍ여ㆍ인천 부평구 거주)와 10층 상조회사 직원 B씨(33ㆍ인천 남동구)가 확진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권 부본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갖고 “10층 확진자는 지난달 22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앞서 파악한 건물 내 발병시점(2월 말)보다 상당히 앞당겨져 별개의 사례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증상을 신종 코로나에 의한 것으로 가정한다면 무려 18일간 이 환자의 동선에서 감염이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더구나 인천시는 “9ㆍ10층 환자 모두 11층에 지인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비좁았다고 증언해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오랜 감염자 노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감염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뤄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현 상황에선 진단검사를 신속히 진행해 감염자를 추적ㆍ격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추가 확진자 또는 그의 지인ㆍ접촉자가 바이러스 전파원 역할을 했을 수 있어서다. 코리아빌딩과 인근 지역을 감염병 특별지원구역으로 지정한 서울시는 11층 직원 208명과 7~9층 직원 553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행히 이 건물 13∼19층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200여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원ㆍ경로와 층간감염을 파악해도 다중이용시설 접촉자를 놓친다면 수도권 방역망은 무력화될 수 있다. 현재까진 직원에서 직원, 직원에서 가족 등 2차 감염 형태에 그친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와 만난 접촉자들이 새로운 감염원이 됐을 경우 집단감염의 수가 증폭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콜센터 확진자(44ㆍ여)와 지난 8일 함께 예배 본 부천 소사본동 생명수교회 목사 1명과 신도 3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한편, 코리아빌딩 7층에 근무하던 콜센터 직원 19명이 지난 5일부터 일주일가량 영등포구 신풍역 인근 콜센터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 당국의 긴장 수위가 더 올라갔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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