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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본소득’ 딜레마

입력
2020.03.12 18:00
수정
2020.03.12 18: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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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가구당 6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구상을 밝혔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가구당 6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구상을 밝혔다. 뉴스1

헌법 34조는 기본권으로서 ‘사회권’을 규정한다. 핵심 내용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에서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제도 등의 공공부조, 학교 무상급식 같은 사회복지서비스의 법리적 뿌리다. 복지제도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방식의 하나로 꼽히는 기본소득제 역시 사회권에 근거한다. 내용은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및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소득)를 지급하는 소득분배 제도다.

□ 제도로서의 기본소득 이념이 본격 정립된 건 산업혁명을 거친 19세기 이후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정치경제학의 원리’(1849)에서 “분배에서, 생산물의 특정 최소치는 노동을 할 수 있거나 없거나 간에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생존을 위해 먼저 할당된다”고 했다. 버틀런드 러셀 역시 “모든 사람에게 생계에 충분한 소득을 줘야 한다(‘자유로 향하는 길’(1918))이라는 주장을 폈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는 용어는 영국 경제학자 조지 콜이 저서 ‘사회주의 사상사’(1953)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토지 같은 보편적 공공재에 기반한 생산은 사유재산권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이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다양한 복지제도에서 더 나아가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보편적 복지의 효율성과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라 일자리 소멸 상황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강조돼 왔다. 실제 기본소득제 시행 사례로는 1982년부터 시작된 미국 알래스카주의 ‘알래스카 영주 펀드’가 있고, 국가 차원으로는 핀란드가 제도실험 차원에서 장기실업수당 수급자 2,000명에게 월 560유로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2017년부터 2년간 시행했다.

□ 기본소득제의 핵심 딜레마는 지속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다. 일반적으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지만, 글로벌 개방경제 체제에선 세금이 과중해지면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해외 이탈, 기업 활동 저하 등의 부작용이 이어져 결국 국고가 탕진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맞춰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진보 정치인들이 ‘재난기본소득’을 앞다퉈 주장하고 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도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탓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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