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피해구제는 물론 검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잠적한 지 넉 달이 되도록 검찰은 신병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검찰의 초기수사 부실 논란에 이어 권력층의 비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에 상장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를 받던 도중 잠적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엿새 뒤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렸지만, 현재까지 소재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가에서는 이 전 부사장이 이미 호주나 미얀마 등 해외로 출국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만큼 국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운용의 최고운용책임자(CIO)로 투자 손실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하는 라임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해온 라임 내 핵심 인물이다. 라임이 투자했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와 관련된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이 전 부사장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진 이후 라임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무역금융펀드 부실투자 은폐 의혹 등에도 연루된 상황이다. 원종준 라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부사장 본인이 일 처리를 책임져왔고, (펀드 운용이)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고 언급했다.
라임 사태 피해자들은 검찰과 금융당국의 실기로 핵심 피의자인 이 전 부사장이 도주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는 “금감원이 라임이 투자한 한계기업들을 제대로 감시했어야 했는데 펀드 환매가 중단된 뒤에야 나서기 시작했다”면서 “검찰도 리드를 수사하는 단계에서 이 전 부사장을 체포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규모가 불어나고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검 합동범죄수사단이 직제 개편으로 해체된 이후 사건은 형사6부(부장 조상원)로 넘어간 상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합수단 해체 이후 4명의 검사를 형사6부에 파견하며 수사를 독려하고 있다. 수사팀 변경에도 국세청, 금융당국 등에서 파견된 수사 인력은 변동이 없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사장이 영장실질심사 전까지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지속적으로 응했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면서 “사건의 핵심 피의자기 때문에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