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필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장
/그림 1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육성필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 전반의 고립감과 우울감 해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은 대폭 축소되고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온 국민이 정신적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한국심리학회가 ‘심리 방역’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심리상담전문가 1ㆍ2급 자격증 보유자 3만5,000명이 모인 국내 최대 심리전문가 단체로, 지난 9일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 발족 후 박사급 전문가 230명이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자원봉사자 조직, 보건 당국과의 협의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육성필(52)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위 위원장을 12일 만났다.
상담 초기이지만 육 위원장이 보고 있는 상황은 사뭇 심각하다.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상담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는 탓이다. 그는 “질환 있는 분들은 병원 폐쇄로 병이 악화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고, 일반인들은 그들대로 향후 예측이 불가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멀쩡한 직장인들의 심리적 상태도 심각하다. 자가격리와 회사 방침으로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들은 일반인들이 갖는 불안에 더해 ‘낙인 효과’까지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나로 인해 동료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그 때문에 그가 짜증을 내고 있을 거야’, ‘나 때문에 우리 회사 이미지가 더 나빠졌을 거야’ 등 불필요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취업 문제로 고심하는 학생들은 학생대로, 종일 육아를 해야 하는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스트레스를 동반한 짜증과 우울함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육 위원장은 “그럴수록 마음을 차분히 가지면서 명상, 산책, 영화 감상 등을 하면 우울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래도 안 될 경우 우리 전문가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심리상담은 지난달 중순 학회가 정부에 제안돼 시작됐다. 대구ㆍ경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폭증하고 있을 때다. 시민들의 과도한 심리적 위축이 포착되자 전문가들 사이서 심리방역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심리전문가라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 그 덕분에 1차 자원봉사자 모집 사흘 만에 23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육 위원장은 “평소 50분 상담에 15만원 정도 받는 인력들”이라며 “무료봉사에 이렇게 많은 심리전문가들이 모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육 위원장은 또 전화 상담과 함께 우울과 고립감 등 불편한 감정들을 떨치기 위한 대책으로 지인들과의 감정 교류를 제안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면 밀려드는 것은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감”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그 과정에서 ‘내가 문제가 있거나, 나약한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위험하다”며 “그럴 때 일수록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면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한국심리학회는 이와 관련, 1주일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3 헬로’ 해시태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루(1), 세(3) 명에게 건강 상태를 묻거나 안부를 전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심리 상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자원봉사자를 7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070-5067-2619, 070-5067-2819번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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