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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트럼프 리스크’… 공중보건 전문가 패싱, 사위와 상의

입력
2020.03.12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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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슈너 조언에 비상사태 선언 미뤄

유럽발 입국금지도 준비 없이 단행

금융시장 요동 고려 않고 초강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또 확인됐다. 초기 대응 실패, 상황 축소 논란 등에 이어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제치고 사위에게 의존한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게다가 글로벌 공포를 확산시킬 유럽발(發) 입국 금지 조치가 충분한 준비 없이 단행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연설에 대해 “일상이 마비되기 시작한 순간이 돼서야 국민에게 말을 걸었다”면서 “위기 극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고 혹평했다. 그간 코로나19를 독감에 빗대며 독감 환자 흉내를 내는 등 낙관론으로 일관하더니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대유행)’ 선언 후에야 태도를 바꾼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가 이날 사상 초유의 대(對)유럽 입국 금지를 발표한 건 그야말로 ‘트럼프 리스크’의 결정판이다. 별다른 경기부양책 제시 없이 문을 닫겠다고 선언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과 산업 생태계가 요동칠 게 뻔한데도 미국 주재 유럽 주요국 대사관들에게 귀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대 치적으로 자랑해온 주식시장이 흔들리자 재선만을 의식해 최소한의 상황 관리 노력도 없이 덜컥 초강수부터 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문제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의존한다는 폭로는 트럼프 리스크의 연원을 짐작케 한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비전문가인 쿠슈너 고문을 코로나19 관련 정책적 판단의 린치핀(핵심축)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 선언 대신 유럽발 입국 제한 발표가 그의 조언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쿠슈너 고문이 조사를 마치고 결론을 내릴 때까지 비상사태 선언은 미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백악관이 “연방 보건 관리들에게 최고위 당국자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회의를 기밀로 취급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담당 공무원들의 정보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코로나19 대응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조치라고 통신은 비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 인식과 대응 수위를 놓고 보건당국과 꾸준히 엇박자를 내 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노인들의 항공여행을 경고하려 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지방정부들이 진단 검사를 늘릴 수 없다고 호소하는데도 기자들과 만나선 “누구든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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